신규 댐 후보지 ‘물 공급 목표’ 산출 근거 논란…“최상위 기본계획에 불합치” 지적도
‘일요신문i’ 확인 결과 정부가 14개 댐을 통해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생활‧공업용수량은 최상위 행정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담긴 전국 물 부족량 추정치의 최소 2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댐 건설 계획 자체가 기본계획이 표방한 물 관리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며 추진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논란의 핵심은 이 ‘2.5억 톤’ 수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에 있다. 14개 댐을 통한 생활·공업용수 공급량이라고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으로 각 지역에 생활·공업용수가 얼마나 부족한지, 14개 각각의 댐으로는 얼마나 이를 보충할 수 있는지 세부 설명이 없어 연계해 비교가 불가능하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향후 필요한 용수량과 부족량이 얼마인지, 고질적인 가뭄 지역이나 댐 건설 후보지역과 상관관계는 어떠한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2.5억 톤이란 수치는 댐의 용량을 기반으로 공급능력 예상치를 추론한 것으로, 향후 기본구상 과정을 거치면서 구체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정부의 구상이 수자원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배치된다는 논란도 거세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지난 7일 통화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물이 남는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넘겨주거나 지하수 관리를 더 개선하는 방식으로 물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댐을 추가 건설할 필요성을 해당 기본계획에 담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은 “2030년까지 추정되는 물 부족량에 대한 수급 전략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모두 담겨 있는데 여기에 신규 댐 건설 관련 내용은 없다”며 “정부의 이번 후보지 발표는 최상위 기본계획과의 정합성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댐 건설을 포함한 ‘신규 수자원 확보’라는 전략이 제시된 부분이 있다”며 “향후 기후대응댐 계획을 추진하면서 당연히 최상위 기본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부합성 심사 등을 통해 계획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장(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수년 전만 해도 삼성·SK 등의 반도체 공장 증설 얘기가 없다가 지난해 본격 발표가 나면서 기존 수도권 물 공급량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의문이 있었다”며 “정부 역시 현재 공급량으로 감당이 안 될 것으로 판단해 신규 댐 건설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전국에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일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 등 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댐 건설 필요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환경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강원 양구군, 충북 단양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제기된 반발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반발 지역에 대한 보상 지원책 등을 논의하며 신설 댐 위치와 규모 등을 좁힌 뒤 타당성 검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5년 간격으로 수정할 수 있는 규정상 정부가 2026년쯤 기본계획을 수정해 댐 건설 실행 근거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