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까지 광둥성에서만 1억 개 넘게 팔려…자외선 차단 기술 도입된 맞춤형 의류도 인기
광둥성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샤오양은 회사 가기 전에 반드시 챙기는 품목이 있다. 자외선 차단제다. 집에서 나갈 때 얼굴과 팔에 듬뿍 바르고, 밖에서도 수시로 바른다. 샤오양은 “자외선 차단제가 없으면 밖에 나가기 힘들다. 한여름 필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샤오양은 틈날 때마다 자외선 차단제 쇼핑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 도시의 거리에선 사람들이 자외선을 바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피부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 위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용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지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오프라인의 주요 쇼핑센터, 의류 매장,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했다. 온라인 상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플랫폼이 수요가 급증한 자외선 차단제를 화면 상단에 내세웠다. 40℃가 넘는 고온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7월 말까지 광둥성에서만 1억 개가 넘는 자외선 차단제가 팔렸다. 이는 2023년 광둥성 전체 판매량보다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광둥성은 올해 자외선 차단제 매출액이 50억 위안(9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2023년에 비해 50% 늘어난 것이다.
광둥성 패션의류산업협회 부회장 천사오퉁은 “자외선 차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광둥성의 자외선 차단제 제조업체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고 집계됐다. 증가하는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자외선 차단제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UPF(자외선 보호 지수)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UPF 값이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성능이 좋다. 이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는 의류다. 자외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는 모든 의류 브랜드의 공통 과제가 됐다. 상·하의, 외투뿐 아니라 모자, 마스크, 장갑 등에 자외선 차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광둥성 패션유한공사 원단연구개발총괄 뤄팡전은 “세탁을 하면 옷에 첨가된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최근 많은 의류업체들은 아무리 세탁을 해도 UPF를 50%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경우 자외선 차단율은 9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자외선 차단 옷은 자칫 원단이 뻣뻣해질 수 있다. 차단제 양을 잘 조절해야 하고, 원단 전체에 골고루 분사해야 한다. 적으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지고, 많으면 세탁 후 옷이 굳는다. 많은 기업들이 고효율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나노소재를 채택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의류에 스마트 칩을 추가, 실시간으로 자외선 강도를 모니터링해 소비자에게 보다 스마트한 자외선 차단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야외 스포츠가 빠르게 보급됐다는 점도 자외선 차단제 매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자전거 타기, 등산, 달리기 등을 할 때 자외선 차단제와 관련 의류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캠핑, 코로나 이후 다시 늘어난 여행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 업계에선 활동 방식, 장소, 시간, 날씨 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 출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의류업체들도 기능 외에 디자인과 색상 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바람막이 하나로 버티는 시대는 갔다. 여러 벌을 구매해 복잡한 상황에 맞춰 착용하려는 소비자의 요구를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스포츠웨어 업체가 내놓은 망토스타일의 래시가드는 이번 여름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외선 차단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의 경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운동, 수영, 등산 등 야외 활동뿐 아니라 운전이나 쇼핑 등 일상생활에서도 입기 편한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래시가드엔 코까지 끌어당길 수 있는 마스크, 탈부착 가능한 모자가 있다. 모자 뒤쪽엔 머리를 묶어 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마스크는 최대한 숨쉬기가 편하도록 고안됐다. 팔과 겨드랑이 접합부는 넓은 공간을 확보, 양손을 뻗는 데 제약이 없도록 했다. 땀이 많은 겨드랑이엔 접합부를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출시됐던 래시가드는 주로 블랙, 그레이 등 원색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양한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자외선 차단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외 온도차로 힘들어 한다. 여벌의 옷을 챙겨서 다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래시가드는 에어컨 냉기에도 강한 옷”이라고 했다.
광둥성 패션유한공사 제품디자인총괄 모우는 현재 자전거를 탈 때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 의류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는 “높은 자외선 차단지수 원단을 채택했다. 동시에 인체공학 및 다이내믹 라이딩 장면을 결합했다. 앞부분은 짧고, 뒤는 길며 앞가슴 로고는 은색 반사 처리를 했다. 허리 뒷부분은 은색 반사 띠를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광둥성 패션의류산업협회 부회장 천사오퉁은 “소비자 취향을 계속 연구한 결과, 내년에 출시되는 자외선 차단 관련 제품은 채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소비자 수요 변화와 과학기술 진보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 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중국 전체 의류 산업 발전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