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콜드브루·산사나무 아메리카노 등 이색 메뉴 인기…바리스타 직업학교 등록하려면 1년 대기하기도
2023년 중국 커피 산업 규모는 약 2654억 위안(50조 4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카페 수는 38만 개다. 이 중 외국 브랜드는 1.9%에 불과하다. 중국 커피가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교통대학 초빙교수 쉬젠은 “지난 5년간 중국에 많은 토종 커피 브랜드 기업이 등장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혁신적인 맛을 앞세워 전국의 중소 도시를 휩쓸었다”면서 “중국 커피 시장은 앞으로도 급속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브랜드, 대기업 등에 맞서는 중국산 로컬 커피 업체의 전략은 ‘맛’이다. 기존의 커피에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향과 맛을 가미해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징커피산업협회 사무총장 궈펑은 “현지화한 커피 맛은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심지어는 이를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중국 브랜드 업체들은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커피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탕후루 콜드브루, 산사나무 아메리카노 등이 출시됐다. 한 바리스타는 “최근 선보이고 있는 커피들은 매우 개성 있고 혁신적인 것들이다. 커피 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리스타의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귀띔했다.
상하이의 한 커피 전문점에선 ‘커피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상하이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국이나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걸 좋아한다.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밥을 말았을 때 가장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 커피 전문점은 커피, 귀리우유, 현미 등을 섞은 ‘커피밥’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베이징 한 카페도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흑맥주 커피다. 점원은 “에스프레소, 크림에 우리가 직접 개발한 흑맥주 시럽을 넣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커피”라고 했다. 이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한 손님은 “술이 들어간 것 같진 않다. 커피의 향이 진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카페는 특제 커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신상’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마니아가 많다. 두리안 커피, 바다 소금 커피, 맥주 가루 커피 등을 연이어 출시해 히트를 쳤다. 카페 관계자는 “우리의 아이템은 계속 바뀔 것이다. 고객의 요구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차를 응용한 커피도 인기가 높다. 이를 중국인들은 ‘중차양제’라고 부른다. 중국 전통 차와 서양의 커피를 섞었다는 의미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카페는 찻잎을 갈아낸 뒤 에스프레소와 섞은 커피를 출시했다. 이곳 대표는 “차와 커피는 대체재가 아니다. 서로 교류하며 혁신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궈펑 사무총장은 “전통차를 가미한 커피는 시장의 빠른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커피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자 이와 관련된 직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그러자 교육 당국에선 커피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나섰다. 최근 윈난농업대학은 교육부에 ‘커피 과학 및 공학’ 과목을 전공 목록에 포함해 달라고 신청했다. 교육부는 검토 끝에 이를 승인했다. 윈난농업대학은 중국 최초로 학부에서 커피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윈난농업대학에 따르면 ‘커피 과학 및 공학’ 과목은 커피 품종 재배, 커피 가공, 카페 창업과 운영, 커피 국제 무역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윈난공업대학 측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커피 전문가’를 양성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윈난농업대학 열대작물대학 양쉐후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커피 생산, 소비의 대국 중 하나가 됐다. 커피 과목은 이러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생들은 커피 산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취업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전망이 좋다. 커피 산업의 강력한 인재 수요와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직업학교도 인산인해다. 대도시의 주요 직업학교 바리스타 과정은 최소 1년 이상 대기를 해야 등록할 수 있다. 베이징 펑타이구의 한 직업학교 바리스타 전문가 과정 책임자인 루콴은 “커피 로스팅, 시음, 매장 운영 관리 등을 가르친다”면서 “무엇보다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맛의 혁신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요소를 접목한 카페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템 중 하나는 새로 생기거나 이색적인 카페를 소개하는 것이다. 병원이나 군대처럼 꾸민 카페, 뮤직 카페, 공장형 카페 등등 기발한 카페들이 전국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곳을 순례하며 인증을 남기는 게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상하이의 ‘융자루’는 옛 정원처럼 꾸며놓은 테마 카페다. 야외 테라스엔 오동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모든 식기는 과거 왕실 등에서 썼던 것을 사용한다. 원두 역시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융자루 관계자는 “색다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하다. 환경과 어울리는 음악 선정에 신경을 쓴다”고 귀띔했다.
자연 카페도 각광을 받고 있다. 베이징 난위안 삼림습지공원 내부의 한 카페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긴다. 전국 주요 산과 명승지에도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산과 물의 고요함과 조화를 느낀다. 쉬젠 교수는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