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경영권 분쟁’에서 ‘직장내 괴롭힘 은폐’로 옮겨진 초점, 분위기 반전 어려워

현재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B 씨는 '사업 리더' 및 '임원 전략 스태프' 지위로 어도어에 경력 입사한 7년차 직급의 직원이고, A 부대표는 B 씨의 6개월 수습 기간 동안 어도어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B 씨의 업무와 인사 관리 등을 맡게 된 상사였다. B 씨는 A 부대표가 자신을 맡은 이래로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 지시를 수차례 내리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일삼았고,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광고주와의 원치않은 술자리에 불렀다며 지난 3월 6일 하이브 RW(사내 윤리기준) 팀에 성희롱 1건, 직장내 괴롭힘 7건을 신고했다. 어도어에는 사내 인사관리(HR) 조직이 없기 때문에 HR 업무 계약을 체결한 하이브가 권한을 위임 받아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민 대표가 A 부대표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도리어 자신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으로 공격했고, 그의 신고 사실에 대해 '편파적', '보복성', '날조' 등의 표현을 쓰며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몰랐으나 최근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그가 조사 과정 내내 A 부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며 대처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자신에 대한 대응 방향까지 지시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됐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이후 하이브는 B 씨와 A 부대표를 각각 대면조사한 뒤 신고 약 일주일 만인 3월 14일 민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 "직장내 성희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레이블 부대표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은 있었다고 보이므로 대표이사께서 구두 경고를 해주시는 것으로 제안드린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민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 부대표에게 해당 메일 내용을 모두 공유해 그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접수 후부터 A 부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 관여해 왔던 민 대표가 결과가 나온 뒤에도 그를 적극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민 대표의 주장대로 신고 배경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데 앞서 민감한 사안에 '실권자'인 대표이사가 사건의 '가해자'인 부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대응 지시를 내린 것 자체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민 대표와 A 부대표 간의 이 사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경로가 불분명한 '불법 유출'로 먼저 지적을 받아 그 배경은 그다지 주목되지 못했고, 이후 민 대표가 해명을 위해 추가로 공개한 메시지는 A 부대표와 B 씨 양 측의 '허락' 하에 공개된 것으로 짐작돼 왔었다. 그런 추가 메시지에서 민 대표가 양 측 갈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B 씨로부터도 이해를 받아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미 예전에 일단락된 사건이 '유출'로 인해 부정적인 조명을 받았을 뿐이라는 대중들의 해석이 따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는 해당 메시지가 B 씨에겐 전혀 알리지 않고 임의대로 공개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철저한 제삼자 입장에 있어야할 민 대표가 A 부대표를 위해 깊이 개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없다는 점 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한해서는 민 대표 역시 '가해자'로 지목되는 만큼, 해명문을 내기 전에 최소한 B 씨와 어느 정도 의견을 주고받아야 했음에도 독단적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 건 그가 그토록 비난해 온 하이브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대중들이 쏟아낸 따가운 질타였다.
B 씨의 첫 입장문 공개 후 보인 민 대표의 태도도 이제까지 그에게 우호적이었던 대중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B 씨에 따르면 그가 입장문을 낸 뒤 A 부대표는 "미안하다"는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을, 하이브 측은 "미안하다, (신고 사안을) 재조사하겠다"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쪽지)을 보낸 반면, 민 대표는 "너 일 못 했잖아" "너 하이브니?" 라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77개를 보냈다. 실제로 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B 씨가 A 부대표를 징계하지 않은 하이브는 문제 삼지 않고 자신만 공격하고 있는 점, 언론에 관련 자료를 불법 유출한 이들을 언급하지 않은 점, 이와 관련해 당시 B 씨가 알 수 없었던 자료들을 손에 넣어 자신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삼은 점 등을 지적하며 그가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하이브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로썬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만큼, 유출 경위를 파악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여기선 완전한 별개의 문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안에 민 대표가 어느 한쪽을 위해서만 개입했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장황한 배경 설명보다 잘못을 인정하는 게 먼저여야 했다. 실제로 B 씨 역시 지난 14일 올린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민 대표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표로서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신고 조사 중 저를 모욕하고 가해자 A 부대표를 감싸고 도와준 사실이 있는지 △그런 행동이 대표이사로서 취할 중립적인 태도인지 △7월 31일 본인의 의혹을 해명한다는 명분으로 제 카카오톡을 공개하면서 제게 사과나 양해를 구하신 적 있으신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다만 민 대표는 16일 오후 현재까지 추가 입장이나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서 거대기업 하이브에게 부당한 핍박을 받아온 콩쥐의 입장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지지와 동정을 받았던 그가 B 씨의 사안에서는 팥쥐를 넘어선 '팥쥐 엄마'로까지 비춰 보일 정도이니, 초반 대처를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어 보인다. 하이브와의 법적 다툼 자체에는 이번 논란이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여론에 영향을 준 것만큼은 확실하다. 골리앗에 맞서 '승승장구'해 왔던 민 대표의 크나큰 첫 패착인 셈이다.
한편 B 씨는 하이브, A 부대표, 민 대표 등 이 사건 모든 관련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 대표에 대해서는 신고 조사 과정 개입과 수습기간 종료 전 법적 근거 없는 무단 연봉 삭감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 고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