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입장문으로 불거진 ‘사건 축소’ 의혹, 2차 해명으로도 해소 안돼
슈가는 앞서 지난 8월 6일 오후 11시 15분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한 혐의로 입건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슈가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을 훌쩍 웃도는 0.227%였으며, 인도에서 해당 스쿠터로 주행하던 중 나인원한남 정문 앞에서 입구 안쪽으로 좌회전하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마침 근처를 순찰 중이던 경찰 기동대원들이 도와주러 왔다가 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음주 측정을 실시한 뒤 슈가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8월 7일 첫 보도 뒤 슈가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 측은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라고 축소하고, 음주상태로 '인도'를 주행하다 넘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제외한 1차 입장문과 사과문을 발표해 빈축을 샀다. 의도적인 사건 축소 의혹이 불거지자 이튿날인 8일 빅히트 뮤직 명의로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슈가가 이용한 제품을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했으나 추가 확인 과정에서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했다"며 축소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입장문에서도 슈가가 실제로는 '음주 주행 중에 넘어지는 사고가 난 것'을 '주차하려다(세우려다) 넘어진 것'이라고 뭉뚱그린 데에 해명이 없어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슈가가 주장한 '전동 킥보드'가 최고 시속 3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전동 스쿠터 기종이라는 게 확인된 것은 8월 8일, 입건 당시 측정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27%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8월 9일의 일이다. 이후 경찰이 슈가의 소환 조사의 필요성을 밝히며 조사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 보도된 것은 8월 11일이었고, 슈가의 음주 전동 스쿠터 주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은 8월 13~14일에 공개됐다. 즉, 슈가와 빅히트 뮤직은 2차 입장문 발표 이후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연달아 추가되고 형사 처벌 가능성이 명확히 대두된 엿새 동안 추가 공식입장 없이 침묵을 지켜온 셈이다.
이들이 침묵하는 사이 방탄소년단의 팬덤(아미, ARMY) 내에서는 슈가의 거취를 두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슈가의 개인 팬과 해외 팬들은 빅히트 뮤직과 하이브에 슈가를 보호할 것을 요구하며 '완전체 방탄소년단'을 지지하는 반면, 대다수 국내 팬들은 "다른 여섯 명의 멤버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기 전에 슈가의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소속사에 빠른 입장 정리를 촉구해 사실상 그의 탈퇴 또는 퇴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8월 13일에는 하이브 사옥 앞에 일부 국내 방탄소년단 팬들이 슈가의 탈퇴를 촉구하는 화환을 보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빅히트 뮤직이나 모회사 하이브의 '결단'은 슈가의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사건 혐의에 대해 경찰의 '공식적으로' 완전히 정리된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슈가의 거취 문제를 정리해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조만간 슈가를 소환해 음주 운전 경위와 정확한 음주량 등을 파악할 것이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조사가 이뤄질 경우 슈가가 포토라인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긴 하나 워낙 '체급'이 큰 스타인데다, 사건의 의도적인 축소 의혹마저 불거져 국내 여론이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다 보니 공개되지 않을 경우 반대로 특혜로 비춰져 더 큰 반감을 살 가능성도 높다. 현재 빅히트 뮤직과 경찰, 병무청이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만큼 조만간 슈가의 경찰 출석 날짜와 포토라인 설치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