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가파른 데다 추석 연휴 기폭제 될 수도…중증으로 발전해도 입원 치료 쉽지 않은 상황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창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 초·중·고가 개학했고 추석 연휴까지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추석 연휴에 진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3년 8월과 2024년 8월을 비교해보니
“지금 환자 수는 지난해 8월의 절반 수준이지만, 최근 2년간의 여름철 유행 동향과 추세를 분석했을 때 월말에는 지난해 최고 유행 수준인 주당 35만 명까지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이 8월 19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신규 감염 환자수를 집계하지 않는다. 2023년 8월 31일부터 코로나19는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면서 일일 전수감시(전체 확진자 집계)가 중단됐다. 따라서 정확한 수치는 질병관리청에서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각종 자료를 집계해 추산한 수치로 볼 때 8월 말에는 지난해 최고 유행 수준까지 치솟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참고로 2023년 8월 신규 확진자 수는 1주 차 34만 6000명, 2주 차 34만 9000명, 3주 차 29만 1000명, 4주 차 26만 4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기 전 마지막 한 달의 기록이다. 2급 감염병이던 코로나19를 4급으로 전환할 만큼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2023년 8월과 비슷한 유행 규모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유행 확산세가 너무 가파른 데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일일 전수감시(전체 확진자 집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유행 규모를 추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는 코로나19 입원 환자수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수는 5월 둘째 주 73명, 6월 둘째 주 81명 수준을 유지하다 7월 둘째 주 148명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리고 8월 둘째 주에는 1359명으로 급등했다. 8월 셋째 주에도 1444명을 기록해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다행히 증가율은 둔화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은 새로운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벌어진다. 2023년 8월 당시 우세종은 ‘XBB 1.5’였다. 2023년 1월 인도에서 시작된 ‘XBB.1.5’ 변이는 바로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돼 우세종이 됐다. 당시만 해도 XBB.1.5는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 가운데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국내에서 XBB.1.5 검출률이 5월에 26%를 기록한 뒤 급격히 검출률이 올라가 2023년 여름 유행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를 4급 감염병 전환이 한 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2024년 8월 여름 재유행을 주도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FLiRT’다. FLiRT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KP.2, KP.3, KP.1.1 등을 지칭한다. 미국이 FLiRT 변이가 유행한 것은 5월이다. 5월에는 FLiRT 가운데 KP.2 변이가 가장 유행했고 현재는 KP.3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4월부터 KP.3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기 시작해 5월까지만 해도 검출률이 2.5%에 불과했지만 6월에 12.1%로 급상승해 7월부터 KP.3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우세종의 등장과 이로 인한 유행의 흐름을 놓고 보면 2023년 8월과 2024년 8월 사이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2023년에는 XBB.1.5 변이가 우세종으로 미국에서는 1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5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8월에 절정을 맞았다. 반면 2024년에는 KP.3와 KP.2 등 FLiRT 변이가 우세종인데 미국에서는 5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7월부터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됐다. 결국 2023년에는 XBB.1.5 변이가 8월에 정점을 찍었다면 이번 FLiRT 변이는 아직 정점이 아니고 확산 중인 상태다.
#초·중·고 개학 그리고 추석
이렇게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초·중·고가 개학했다. 학생들이 밀접한 공간인 교실로 모여들면서 유행 규모가 더욱 커질 여건이 마련됐는데 10대 학생들이 감염되면 다시 각 가정으로 감염 경로가 확대된다. 초·중·고생 코로나19 감염자의 경우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감염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감염에 대한 경계심도 낮아져 집에 있는 다른 식구들이 감염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은 너무나 여유롭다. 이제는 검사비가 유료인 데다 집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는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구하기도 어렵다. 이제 격리 의무가 없고 유급휴가도 사라진 터라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고도 평소처럼 출근하는 회사원들도 많다. 이제는 감기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깜깜이 확산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문제는 9월 중순 추석 연휴다. 전국 각지에서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추석 연휴에 폭발적으로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는데 특히 고연령 층 등 고위험군의 감염자가 폭증할 우려감도 크다.
물론 이런 우려는 2023년 8월에도 존재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3년 8월 31일부터 코로나19는 4급 감염병으로 전환했는데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그렇지만 2023년 8월에는 1주차에 34만 6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 정점을 찍은 뒤 4주차에는 26만 4000명으로 하락세가 한창인 상황에서 초·중·고 개학이 이뤄졌고 추석 연휴도 9월말과 10월초에 걸쳐 있었다.
반면 2024년 8월 상황은 아직 여름 재유행이 정점을 찍지 못한 태 유행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 개학이 이뤄졌고 추석 연휴도 9월 중순으로 가깝다.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로 응급·중환자 치료 역량 악화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병원에 있다. 2022년 초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에도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응했었다. 당시에 비하면 현재의 유행 규모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문제는 병원의 의료 대응 능력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번 여름 코로나19 재유행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이 시작됐다. 특히 병원의 응급·중환자 치료 역량이 떨어져 있다는 부분이 심각하다. 현재 우세종인 코로나19 FLiRT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치명률와 위중증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위험군은 여전히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면서 응급실 근무 의사가 줄어 수용 가능 환자 수가 절반 정도로 감소한 상황이다. 게다가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의료 인력 부족으로 입원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암을 비롯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도 입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항암 치료까지 외래로 받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올해 추석 연휴 진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한 응급의학과 교수의 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아직 여름 대유행이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초·중·고 개학과 추석 연휴가 기폭제가 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일일 전수감시(전체 확진자 집계)가 중단된 깜깜이 상황이라 정확한 유행 규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공포감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연휴 기간이면 병원 응급실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코로나19 환자까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거 응급실에 몰려들 경우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미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19 환자가 6월 2240명에서 7월 1만 1627명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증상이 생기면 등교나 출근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며 감염자에 대한 회사의 배려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강조하며 10월 중에 진행되는 예방접종에 고위험군은 꼭 동참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8월 21일 코로나19 대책반 브리핑에서 지영미 질병청장은 “이번 유행은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거나 위기 단계를 올리면서 대응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고 현행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 가능하다”며 “현재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령층의 치명률이 높기에 정부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대로 현행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면 다행이지만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 기준점은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