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신임 대법관 3명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찬성…“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나비효과” 시각
#야권·언론인 통신기록 조회 논란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기록)는 가입자의 수신·발신 내역과 접속위치 등을 포함한다. 수사기관은 법원 허가를 받아 범죄에 이용된 휴대폰의 통화내역 등을 확보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핵심 공범이나 공모 관계자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내역에 포함된 전화번호의 가입자 성명 등이 담긴 통신이용자정보를 영장 없이 통신사에서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통신이용자정보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7일 “윤석열 정권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사찰을 1차 취합한 결과 이재명·추미애 의원 등 138명이 사찰당했다”고 주장한 뒤 추가 내역 확보를 위한 제보센터를 설치했다. 검찰은 1월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원에서 통신기록 조회를 허가받았고, 이를 토대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요청했더니 야당 정치인·언론인 등이 확인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설명처럼 법적으로는 문제없이 이뤄진 과정이었지만, 야당은 검찰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확보를 더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통신자료 제공 때 법원 허가를 거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8월 8일 발의했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 도입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7월 3일 발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8월 8일 관련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 과정을 더 깐깐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공통된 방향이다.
#법원 분위기 ‘검찰 통제 필요’
검찰은 신속한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항변한다. 통화 내역에 대해 일일이 영장을 받아야 하거나 압수수색 영장 전 사전심문제도가 이뤄질 경우 수사 속도가 늦춰진다고 반발한다. 또 최근 통신기록 조회는 개인정보 보호 흐름을 고려해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원은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추진 의지를 밝혀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는 신임 대법관 3명이 청문회에서 모두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7월 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영재 대법관(당시 후보자)은 서면 답변에서 “수사 밀행성과 신속성도 중요한 가치이므로 이를 해하지 않는 제도운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한하기 위해 발부 단계에서 압수 대상 정보를 최대한 선별할 수 있는 심리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경필 대법관(당시 후보자)도 7월 22일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기관이 작성한 서류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압수수색 청구를 기각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에 법관의 대면심문, 휴대전화·컴퓨터에 대한 검색어 제한 등이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숙연 대법관(당시 후보자)도 사면답변서에서 “법관에게 대면심문 등 추가적 심리수단을 부여함으로써 충실한 심리를 통해 압수수색 범위를 적정하게 제한할 수 있게 하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도입 찬성 입장을 밝혔고,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지면서 압수수색이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해졌다”며 “(대법원) 규칙으로 하는 게 논란이 된다면 국회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설 수 있는 사안이지 않느냐”고 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은 민주당의 법원의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입법 추진 시 찬성하는 입장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이 쏘아올린 공?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나비효과’라는 평이 나온다. 당시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과정을 판사들이 직접 겪으면서 ‘수사 대상자의 사생활이 모두 털리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다는 평이다.
당시 수사를 받았던 한 법조인은 “법원 내에서 이메일이나 통화기록 중 수사와 관계없는 내용까지 일단 압수하려고 시도하는 검찰의 모습에 판사들이 많이 충격을 받았다”며 “특히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은 공적인 업무 외에 사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검사나 수사관들이 아무렇지 않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법원 내에 더 확산됐고 이런 인식이 최근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도 필요성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통신기록 조회를 문제 삼았던 것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현재 검찰이 반발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와 윤 후보 여동생, 국민의힘 의원 86명의 통신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윤석열 후보는 공수처를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당시 공수처 수사를 놓고 ‘사찰공화국’이라고 규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받은 바 있는 한 법조인은 “검찰이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을 유리한 방향으로만 휘둘렀던 것에 대한 후폭풍 아니겠냐”며 “특히 이를 검사 시절에는 활용하고, 정작 본인이 당하자 반발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검찰의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도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후보 가족에 대한 사찰 논란에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3년 만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이 바뀐 셈이다.
다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 등은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최근에도 나오는 것은 검찰에 악재다. 판사 출신의 장동혁 최고위원은 8월 6일 “통신자료 조회라는 성격상 극도로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하고 과도한 수사가 있으면 안 된다”며 “법원을 거치지 않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