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봉역 신축건물 상가 수분양자들 KT&G와 갈등 까닭

“계약서와 달리 지상 1층 업종 제한” 계약 해지 요구…KT&G “지구단위계획 사전 확인 명시, 법적 문제 없어”

[일요신문] 서울시 중랑구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 지상 1층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인 KT&G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분양 계약서에는 지상 1층 업종 제한 관련 내용이 없다. 수분양자들은 완공 후에야 지상 1층에도 용도제한이 있고 용도변경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상봉 유보라 상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월 말까지 KT&G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G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상봉역 유보라' 상가 및 오피스텔 전경. 사진=노영현 기자

#업종 제한 관련 내용 고지 없었나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는 상봉역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행사는 KT&G, 시공사는 반도건설이다. KT&G는 2017년 4월 해당 부지를 매입해 사업에 나섰다.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는 2023년 10월 완공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상가(포스퀘어), 지상 5층부터 18층까지는 오피스텔(퍼스트리브)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 지상 1층 수분양자들은 분양 계약 당시 업종 제한 관련 내용을 고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상가 분양 계약서에는 지하 1층에만 제1·2종 근린생활시설 중 소매점, 휴게음식점만 입점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지상 1층 업종 제한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수분양자 A 씨는 “권장용도와 관련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상 1층에는 소매점, 휴게음식점을 비롯해 일반음식점 등 대부분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며 “술집, 골프장 등을 운영할 수 있다고 사진, 그림 등으로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상봉역 유보라' 상가 분양계약서에는 지하 1층에만 소매점, 휴게음식점만 입점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지상 1층 입점 제한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사진=상봉 유보라 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지하 1층 23개호 중 2개호 용도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 소매점, 나머지 21개호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 휴게음식점이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 소매점은 △식품 △잡화 △의류 △완구 △서적 △건축자재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일용품을 판매하는 용도로 쓰인다. 휴게음식점은 주로 다류, 아이스크림류 등을 조리·판매하거나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형태의 음식류를 조리·판매할 수 있고, 음주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지상 1층 전체 28개호의 용도는 판매시설 상점으로 건축물대장에 기재됐다. 판매시설 상점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 중 슈퍼마켓, 일용품, 소매점 등의 용도로 쓰이는 곳의 바닥면적 합계가 1000㎡(약 303평) 이상인 곳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게임 제공 업소, 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설비 제공 업소, 복합유통·제공 업소 등 용도로 쓰이는 곳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150㎡(약 45평) 이상인 곳이다. 판매시설 상점에서는 구청의 권장용도에 따라 소매점, 휴게음식점 등은 가능하지만 일반음식점은 불가능하다. 일반음식점은 휴게음식점과 달리 주류 판매가 가능하다. 이는 앞서의 A 씨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상봉 유보라 상가 비대위 측은 분양대행사조차도 지상 1층 업종 제한 사실을 인지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 B 씨는 “지하 1층 상가 수분양자들은 애초에 업종 제한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했다”며 “지상 1층 상가는 1평(3.3㎡)당 약 1억 원 정도에 계약을 했는데 이는 업종 제한이 없는 다른 상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라고 말했다.

용도변경도 힘든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건물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상봉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서 지정한 권장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제한된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향후 5년 동안 불가능하다”며 “KT&G는 해당 내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수분양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봉역 유보라' 지상 1층 상가 수분양자들이 지난 8월 20일 KT&G 남서울본부 앞에서 분양 계약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노영현 기자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

수분양자들은 피해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용도 제한으로 인해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B 씨는 “대출 이자가 수백만 원씩 나가는데도 업종 제한 때문에 월세를 못 받는 상황”이라며 “수분양자들은 스트레스 받으면서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 1층 상가 22개호를 계약한 수분양자는 총 17명이다. 이들은 8월부터 분양 계약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월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KT&G 남서울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담당자가 변경되거나 휴가를 갔다는 이유로 (KT&G와의) 협의가 자꾸 미뤄졌는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며 “KT&G 직원들이 막상 수분양자들에게 찾아오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 KT&G 부동산 사업 담당자들과의 회담이 있었지만 진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KT&G가 8월 말까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민사소송 및 형사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유보라 퍼스트리브&포스퀘어는 건물 지대가 인도 높이보다 낮게 공사되면서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비대위는 KT&G가 신고 없이 도로공사를 진행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여러 문제에 대해 KT&G 관계자는 “회사는 해당 상가계약 당시 입점이 가능한 업종에 대해 수분양자가 지자체 지구단위계획 등을 사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입주자 모집공고와 분양계약서에 명시했다”며 “분양 기간 중 설계가 바뀐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고 없이 도로공사 진행했다는 의혹 관련해) 관련 규정을 준수해 공사를 진행했다”며 “당사와 수분양자 간 입장 차이가 있으나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영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