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조사 14곳 중 7곳 기술 유출 우려 공개 꺼려…사용자협 “차주 안전 직결, 모든 제조사 정보 제공해야”
향후 BMS의 중요성은 커질 전망이다. 화재 등 안전사고, 배터리 효율성 등이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BMS 시장 규모는 93억 달러(약 13조 원)다. 2032년에는 381억 달러(약 5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도화된 BMS 상용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화재 예방 빅데이터를 갖추기 위해 전기차 업체가 BMS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기술 유출을 이유로 BMS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개해왔기 때문에 추가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BMS 정보 제공 동의 의무화 방안 논의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자체에 발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으로 과충전 방지와 지상 주차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BMS 관련 규제 강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19일 설명자료를 통해 “BMS 정보 제공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BMS 기술은 전기차 안전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인 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전기차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BMS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13일 전기차 화재 예방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배터리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BMS를 통해 차주에게 통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제때 전기차를 검사받지 않으면 소방당국이 안전한 곳으로 견인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BMS 기술력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 15일 BMS가 감지한 이상 징후를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는 해당 기술이 이미 적용됐고, 기아는 8월 21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관계 기관에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또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됐고,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첨단 BMS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도 BMS 관련해 다양한 기술을 보유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BMS 분야에만 8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한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전진단 소프트웨어’는 △충전 중 전압 하강 △배터리 탭 불량 △미세 내부 단락 △비정상 퇴화 △비정상 방전 △특정 셀 용량 편차 △리튬 과다 석출 등 다양한 불량 유형을 분석해 낼 수 있다.
#7곳은 BMS 정보 제공하지 않고 있어
나아가 자동차 업체들의 BMS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차주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별개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각 업체들의 BMS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정부 기관에 BMS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BMS 상용화를 위해 관련 정보 공유가 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8월 1일 벤츠 전기차 화재처럼 배터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 사용자에게 해당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 예방이 되지 않았다”며 “모든 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 이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제조사는 정부 기관에 BMS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8월 21일 기준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국내·외 제조사 14곳 중 7곳이 정부 기관에 BMS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폴스타 △포르셰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KG모빌리티다. 이 중 일부 업체는 추후 BMS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다수의 업체가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태 회장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배터리 상태 정보와 배터리 기술은 다르다. 단순히 배터리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보고해 주는 것뿐”이라며 “배터리 상태 정보나 주행 정보 등 데이터 소유권은 사용자한테도 있을 수 있는데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는 건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BMS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전기차 제조사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에도 기관이나 소비자가 요청 시 어떤 배터리를 사용하는지를 공개했었다”며 “마이배터리 사업과 같이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와 함께 준비해왔기 때문에 BMS 정보를 공유해도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