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사설 화장시설’ 설치 ‘거부’
9일 이천시에 따르면 관내에서 사설 장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H사는 지난 7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칙에 따라 ‘사설 화장시설 설치’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와 관련 이천시는 “집단민원 및 주민 갈등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주민 동의 및 합의 등이 선행되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해 단순한 신고 건으로 처리하기에는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신청된 화장시설은 주차 공간을 포함한 대형 장의차량이 회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조경과 녹지 공간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나 신청 면적 1223㎡는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거부 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제시한 주변 지역 부조화로 지속적인 민원 제기 등 여러 사항을 종합해 보았을 때 화장시설 설치 신고 건을 거부처분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주민 동의 부분은 올해 1월 지역 이장단 협의회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을 들었고 거부 사유로 밝힌 부지면적은 화장시설만으로 장례식장과 연계하면 1만㎡가 넘어 주차와 회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확보된 주변 부지에 방문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공원, 녹지, 편의 시설 등의 조성계획을 제시했으며 화장시설 설치에 필요한 건물도 이미 지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부 처분을 받았다”며 아쉬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장례를 치르면서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직접 지켜보면서 기부채납 등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최첨단 화장시설을 갖추고 원스톱 서비스로 이천시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자문을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천시는 지난 2012년, 2019년, 2024년, 3회에 걸쳐 부지를 선정하고 시립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인접 도시와 갈등 등으로 번번이 사업이 무산됐다.
‘이천시 장사시설 수급 계획’ 자료에 따르면 이천시 화장 수요는 2023년 1450명, 2030년 1906명, 2040년 266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민들은 포화상태인 인근 수도권 화장시설마저 이용하지 못해 충청도, 강원도(삼척· 태백)까지 ‘원정 화장’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원정 화장’이라도 할 수 있으면 상황은 나은 편이다. 화장시설을 잡지 못해 4~5일장을 치르는 유가족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치른 최 모씨는 “화장시설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4일장을 치르게 됐다. 사설이든 공설이든 이천에 종합장사시설이 하루빨리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지난 7월 진행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올해 안에 이천시립 화장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지선정부터 지역주민의 반발로 주민 설득· 합의를 거쳐야 하고 이후 법적 절차, 시설 설치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화장시설 설치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화장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닌 필수 생활시설인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화장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화장시설을 갖추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유인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