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회화가 너무도 당연한 예술 장르로 인식돼 있지만, 회화의 역사는 생각했던 것만큼 길지는 않다.
서양에서 캔버스라고 부르는 천이나 나무판에 그려진 그림이 회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무렵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 전까지 회화는 건축물의 일부를 장식하며 종교적 메시지나 신화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했다. 엄밀히 말하면 건축물(주로 성당이나 왕궁)에 속한 부속물의 성격이 컸다.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회화는 또 다른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미학의 새로운 해석에 따라 다양한 유파가 등장한 현대미술이 이러한 변화의 텃밭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면에 머물던 회화가 공간을 새로운 구성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이를 ‘설치 미술’로 분류한다. 이미지의 증폭으로 표현에 한계를 느낀 많은 작가들은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통해 공간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고 있다.

이들은 재료와 기법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공간 회화에 도전하고 있다. 정용현은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는 도자에서 출발해 새로운 개념의 공간 회화를 꿈꾼다. 도자의 다양한 기법으로 현대 추상 회화의 공간 구성을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도자 기법으로 빚어낸 다양한 질감과 추상적 형태를 붓질 삼아 공간에 회화를 만들어낸다.
또 하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정용현이 만든 추상적 도자 형태가 심리적 표현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도자의 질감과 색감으로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이를테면 매끈하고 밝은 색채로 빚은 도자는 기쁨이나 환희를, 무채색의 도자는 사색적 은유를, 거친 표면의 도자로는 불안이나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