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기대 이상으로 제 몫 해내…나와 닮았다는 대사에 장윤주가 진짜 빵 터져”

“1편과 2편은 색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에요. 숫자만 떼고 본다면 아예 다른 영화 같은 느낌도 들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는 변하지 않아요. 복잡하고 수많은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고, 또 서사의 중심을 잡은 사람이 바로 서도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번 2편에서도 일부러 변하지 않으려 더 애를 썼고요. 사회가 이렇게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서도철처럼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아마 그런 면 때문에 제가 서도철을 특히 많이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작품의 색채가 달라졌어도 대중들은 서도철이라는 캐릭터가 중심을 지키면서 새롭게 보여줄 서사에 여전한 기대와 애정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베테랑’ 팬들은 황정민이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배우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인물로 바로 서도철을 꼽고 있기도 하다. 영화 ‘신세계’(2013)의 정청처럼 서도철 역시 황정민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황정민을 향한 사랑이 서도철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셈이니 이를 토대로 ‘베테랑2’의 전편만 한 흥행도 기대해 볼 법하다.

서도철과 반대편에 서서 좀 더 짙고 어두워진 2편의 색채를 담당하는 것은 그의 강력팀에 새롭게 투입된 막내형사, 박선우 역의 정해인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빌런’의 향기를 대놓고 풍기는 이 인물은 ‘새로운 정의’의 필요성을 앞세워 ‘정해진 답’만을 요구하며 서도철과 관객을 동시에 몰아세운다. 서사가 없고, 그래서 이해받을 수도 없는 철저한 악역으로 서도철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보인 박선우 역의 정해인을 현장에서 마주한 황정민은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해내는 배우”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미 1편에서 똘똘 뭉친 에너지가 있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와서 제 몫을 제대로 해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도 잘 해낼 수 있었던 건 정해인이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무장해제하는 좋은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건 좋은 교육과 타고난 심성으로밖에 만들어지지 않는 거거든요. 그 심성이라는 게 길을 지나가다가 휴지를 줍는다거나 하는 걸 보고 저희가 느낀 건 아니에요(웃음). 몇 개월 동안 작업하다 보니 이 친구가 참 마음이 고운 친구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진짜 사람을 바로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더라고요(웃음).”

“제 대사는 진짜 대본에 있는 대사였고요, 미쓰 봉이 막 비웃는 대사가 애드리브였죠(웃음). 근데 저는 그 대사 하면서 살짝 불편하긴 했어요. 아무래도 (정)해인이랑 얼굴을 비교해야 하다 보니(웃음). 감독님이 그 신 촬영할 때 저랑 해인이 얼굴을 가까이에서 찍은 것도 분명히 있었는데 아마 최종적으론 좀 멀찍이 떨어져서 찍은 걸 쓰신 것 같아요(웃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신에서 도철이나 다른 팀원들과 달리 선우의 얼굴은 거울을 통해서만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박선우라는 캐릭터가 이미 이때부터 이 팀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장치예요. 재미있고 편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도록 하는 전초전을 보여준 거죠. 아마 그것도 감독님이 일부러 쓰셨을 거예요.”
시리즈의 대표적인 ‘그리운 얼굴’로서 황정민은 이번 ‘베테랑2’의 ‘새로운 얼굴’ 박선우가 빌런으로 기능하는 것과 동시에 9년의 시간을 넘어 전편의 팬은 물론, 새로운 MZ세대 관객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빠르게 변한 사회의 모습 그 자체를 담아낸 캐릭터인 박선우가 던지는 화두에 젊은 세대들이 공감을 담아 화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이야기다. ‘구식의 정의’를 지킬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변화와 함께 ‘새로운 정의’를 좇을 것인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대답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황정민은 덧붙였다.
“‘베테랑’에서 ‘베테랑2’로 향하는 긴 시간 동안 스스로는 변하지 않았더라도 제 주변은 정말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역시도 변해야 할까, 나라는 존재는 뭘까, 이런 고민을 거듭했죠.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상이, 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변화를 지금의 젊은 친구들은 익숙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반대로 저 스스로는 그냥 중심만 잘 잡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저희가 ‘베테랑2’를 통해 툭툭 던지는 물음표에 이전의 팬들이든,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결론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양하게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