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돈 벌어야 선순환…새 창작자들 도전 기회 많아지길”
여기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확장하면서도 역사와 실존 인물에 대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실제 역사와 인물에 불필요한 왜곡이나 누를 남기지 않기 위해 세밀한 고민과 검증을 거듭하는 과정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의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를 만나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작진으로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이었다. 기술 시사할 때 영월 엄씨 종친회 분들을 함께 모셨고, 영화 제작 전에도 찾아뵀다. 엄흥도가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과 초반의 코믹한 부분들에 대해 그 신 자체만이 본질이 아니라는 점, 영화의 의도와 인물을 다루고자 하는 방향과 그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단종을 기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흥도를 기리는 것이기도 하므로 그 뜻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도 화제가 됐다. 카카오맵에 나오는 세조의 왕릉에 어마어마한 악플이 달리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카카오맵이 마비가 됐다더라(웃음). 진짜 놀라운 일이다. ‘이게 그럴 일이야?’ 하다가도 ‘그럴 일 맞지’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영월도 실제로 많은 분들이 찾아가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냥 영화를 보고 ‘좋았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자기 시간과 돈을 써서 ‘이곳에서 이런 이야기가 탄생했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까지는 영화가 넷플릭스 같은 OTT와의 경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자기가 직접 가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와의 경쟁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처럼 영화가 서사와 관련한 주제를 다룬 전시회 같은, 종합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런 관객들의 반응 가운데 초반부터 크게 주목받은 것은 역시 ‘밤티(못생겼다는 뜻의 인터넷 커뮤니티 신조어)난다’는 지적을 받은 호랑이 CG(컴퓨터 그래픽)라고 할 수 있다. 조만간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들었는데.
“솔직히 저도 얼마나 아쉬움이 남았겠나(웃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CG팀이 가장 아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오히려 관객분들의 반응이 만들어주신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호랑이 CG의 문제점을 많이들 말씀해주셔서 수정 필요성을 배급사와 함께 고민하게 됐으니까. 그게 없었으면 기회도 없었을 것 아닌가(웃음). 이제 돈도 좀 벌었으니, 완전히 바꿀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수정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언제 어떻게 수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만간 회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크랭크인하기 한두 달 전에 미술감독님이 ‘진짜 얘기 좀 하자’고 하신 적이 있다(웃음).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은 제작자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저도 너무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돈을 정말 더 써서 만든 예쁜 비주얼로 정서가 더 풍부한 영화가 되는 것도 욕심나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다른 책임이 있었다. 한국 영화가 잘되고, 돈을 벌어야 선순환이 된다. 많지 않은 기회를 가지고 와서 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라 그런 부분을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미술팀과 의상팀 할 것 없이 다들 들어주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게 천만 영화가 될 줄 알았다면 돈을 더 썼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웃음).”
―그럼에도 100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왕과 사는 남자’의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영화의 주제는 결국 다정함,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미래 세대가 나와야 하는 산업이다. 그래야 새로운 창작자들이 기회를 얻고 도전을 할 수 있고, 업계 역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왕과 사는 남자’가 그런 기회를 만드는 데 조금 일조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제가 많은 감독님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많이 받고 있는데 계획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왕과 사는 남자’가 하고 있다는 말씀을 주신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영화의 성공이 앞으로의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한국 영화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 감히 말할 수는 없어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제작사를 차리고 첫 작품이 1000만 영화가 됐다. 그만큼 차기작에도 엄청난 관심이 몰릴 것 같은데.
“제가 온다웍스를 차린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때부터 시작한 작품들이 어느 정도 글 단계에서 완성된 타이밍이다. 영화로만 얘기한다면 시대물이 차기작이 될 것 같은데, 제가 사극처럼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 황성구 작가님(‘왕과 사는 남자’ 각본)과도 제가 연이 오래돼서 같이 개발하는 사극 시나리오가 있다. 영화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님과도 함께 실존 인물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만 ‘왕과 사는 남자’처럼 주제가 확실하고 장르적인 재미도 있는 사극 액션물을 준비 중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