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공감에 입법 절차 착수…“취약 지역서 조직기반 확보 목적” 해석도
지구당 제도는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의 지역 하부 조직으로 1962년 출범해 지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다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이른바 ‘차떼기 사건’ 원인으로 지목되며 폐지론에 휩싸였다. 차떼기 사건은 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 비자금을 트럭으로 건네받은 사건이다. 이후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으로 지구당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당원협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회’이라는 이름으로 느슨한 형태의 지역 정당 위원회를 운영해왔지만 공식 조직이 아니어서 사무소 설치나 후원금 모금, 중앙당 지원 등에 제약이 있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상현·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지역당(지구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0년 전 정치 상황에서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 개혁이 맞았다. 그러나 2024년의 시점에서는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 정치 신인과 청년, 원외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현역 국회의원 간)격차를 해소하고 현장에서 민심과 밀착된 정치를 해내기 위해서는 지역당을 부활하는 게 정치 개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물론 재도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잘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시대가 변했고 우리가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극복하는 것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법 개정 과정과 내용에서 보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구당 제도를 “풀뿌리 생활 정치 실현”이라고 표현하며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국회의원 시절 지구당 폐지를 주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구당 부활 논의에 대해 거듭 비판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여야 대표가 함께 추진하려고 하는 지구당 부활은 어떤 명분을 붙이더라도 돈정치와 제왕적 대표제를 강화한다”며 “정치개혁에 어긋나는 명백한 퇴보”라고 지적했다.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담에서 지구당 부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거대 양당은 지구당 부활이 마치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이를 우선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정치권 안팎에서 여야 지도부가 모두 지구당 부활에 긍정적인 것은 각자 취약 지역에서 조직 기반을 확보하려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서 지구당 부활 입법 논의는 활발한 모양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지구당 부활 관련 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하며 심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