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서 “평화를 넘어 남북이 경제로 협력하는 꿈 꾼다”
김동연 지사는 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선언, 문재인 대통령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모두 열거했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남북관계 역시 역대 대통령들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여기에 김 지사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남북이 경제협력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 꿈이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돼 있음을 밝혔다. 김 지사는 “6년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 9.19 평양공동선언하실 때 저는 평양을 가질 못했다. 저는 군산에 있었다”며 “당시 군산은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한국GM 철수에 따른 공장폐쇄가 결정돼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군산에서 GM 협력사를 방문하고,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협력사들과 노동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군산 포함 몇 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김 지사는 “평양공동선언 직후 문 대통령께서 제게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회담이 진행될 텐데 부총리(김동연)께서 수석대표 역할을 해야 될 가능성이 많으니 준비를 해주기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제게 하셨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대통령 말씀에 가슴이 설렜다. 나름 경제를 총괄하며 준비했다. 하지만 그 기회(남북 경제협력회담)가 오지 않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지사는 “하지만 다시 한번 꿈을 꿔본다. 멈출 수 없는 꿈. 비핵화와 군사 충돌 방지를 넘어서 남북 경제협력 회담까지 준비하라고 하셨던 그 꿈”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6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듯 DMZ 평화콘서트 이야기를 꺼냈다. “2주 전 DMZ 평화콘서트를 임진각에서 열었다. 6년 전 4월 평양에서 남북예술인들의 공연 제목이 ‘봄이 온다’였고 그해 가을 ‘가을이 왔다’는 제목으로 서울에서 공연하기로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저는 2주 전 임진각에서 1만 5,000명의 국민에게 DMZ 평화콘서트는 ‘가을이 왔다 공연의 사전 공연’이라고 선포했다”라고 전했다.
김동연 지사는 “(남북 평화콘서트가 다시 열린다면 제목을)‘가을이 왔다’로 해야 할지 ‘봄이 다시 온다’로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경기도가 중심이 돼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9.19평화선언 6주년 맞아 단단하게 해본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진 평화라는 유산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음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며, 남북 교류 협력을 증대하고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키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진 기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이 무척 엄중하고 위태롭다.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고. 남북 간 오물풍선과 대북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 한걸음만 삐끗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남북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던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처럼 패싱 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달라진 협상 전략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 높다.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입장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기 위해선 한미 간 보다 긴밀한 협상전략의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 비핵화의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도 새롭게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섬에 따라 기존의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우리가 오늘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9.19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을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계승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