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희망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을 전망…2029년 개항 목표 ‘기간 짧고 공사비 부족’ 지적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내막
국토부는 지난 9월 12일 전문가 자문회의와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4차례에 걸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을 실시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첫 번째 입찰에는 희망자가 없었다. 2~4번째 입찰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참여했지만 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됐다.
국토부는 “부지조성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여객터미널 설계와 접근교통망 사업 등 정상 추진되고 있는 관련 사업마저도 지연될 수 있다는 상황을 감안해 수의계약 체결을 결정했다”며 “재차 유찰된 상황을 감안할 때 재공고를 하더라도 경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고 수의계약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국토부가 수의계약 방침을 밝힘에 따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희망한 유일한 곳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지분율 25.5%), 대우건설(18%), 포스코이앤씨(13.5%) 등으로 구성됐고, 이 밖에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쌍용건설 등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건설업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2022년 가덕도신공항 목표 개항일자를 2035년 6월로 설정했다. 이후 목표 개항일자를 2029년 12월로 앞당겼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공사 기한이 짧아지면서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신공항 목표 개항일자는 여전히 2029년 12월로 설정돼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 기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모양만 갖춰야 하는 공사도 아니고, 공사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지 않는 이상 어려운 기간”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은 단기간에 완수해야 하는 긴박성과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깊은 수심의 매립 공사 문제, 인력 부족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10년이 소요된 인천국제공항 1단계 건설 사업에 비해 매우 짧은 공사 기간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2029년 개항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인 시설은 2029년에 완공하고, 나머지 부대 시설은 2030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입찰이 유찰되면서 부대시설을 포함해 가덕도신공항 공사 완료 시점은 2031년으로 연장됐다. 이에 대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발표대로 공사 일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31년 완공은) 연내 착공될 때 가능할 것이고, 이런 식으로 공사 기간을 조금씩 늦춘다면 2029년 개항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낮은 공사 비용도 문제로 꼽힌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설계·시공 일괄 진행(턴키)’ 방식으로 이뤄지며 총 공사비 규모는 10조 5300억 원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가덕도신공항은 바다를 매립한 후 그 위에 활주로를 짓는 방식이기 때문에 첨단 공정이 필요하다.
너무 높은 비용 때문에 가덕도신공항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월 23일 “1개 활주로 지반조성공사를 위해 10조 원이 넘은 혈세를 투입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하물며 가덕도신공항은 접근성 제약과 아울러 향후 활주로 확장이 매우 곤란하다는 취약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은 가능할까
여야가 모두 가덕도신공항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공사를 앞두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정부가 공사 내용을 협상할 여지는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실상 단일 후보인 만큼 정부도 현대건설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수의계약 협상은 국토부와 조달청이 담당한다. 다만 조달청 관계자는 “우리는 실무적인 업무를 맡고 있고, 공사 기간 같은 큰 안건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항 시점은 변경될 가능성이 낮다. 정부와 야당은 모두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1월 가덕도를 찾아 “(가덕도신공항이) 지연·축소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은) 2029년 개항을 하기 위해 여러 보완 방안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이 늦어지면 부산 지역 민심이 돌아설 우려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야당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4차례 유찰된 것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월 6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이 계획대로 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안 된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 여당의 책임은 무엇인지 묻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 약 20개의 부산 시민단체가 “국토부는 더 이상 소소한 절차적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개항이라는 주된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손해를 보면서 공사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기간 및 비용 협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압박 때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도 있을 것”이라며 “가덕도신공항이 아니더라도 추후 정부가 발주할 공사를 생각하면 정부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도 누군가는 총대를 메주길 바라겠지만 총대를 메는 건설사에게도 뭔가 보장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은데 건설사가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