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통합시 2위 사업자지만 노선 확장 더뎌 우려…진에어 “효율·수익성 고려해 스터디 중”
진에어는 합병 이슈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진에어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합병할 전망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병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가 탄생하면 전체 항공업계 2위에 등극하게 된다. 모회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법인 다음으로 큰 항공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합이 진에어 주가에 방해가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법인은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로 존재감이 돋보일 수 있지만 통합 LCC는 대한항공과 다른 LCC와의 틈바구니에서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다.
#티웨이는 유럽 노선 취항하는데…
진에어의 최근 주가는 1만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 당시 주가가 일시적으로 1만 20원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때를 제외하면 진에어의 현재 주가는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주가가 두 배가량 오른 티웨이항공과 비교하면 진에어의 부진한 주가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기관과 외국인이다. 기관은 지난 6월 17일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순매도 중이다. 이 기간 기관의 진에어 주식 매도 규모는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도 7월 들어 7월 1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매도 중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진에어 주식을 덜어내고, 이를 대한항공 주식으로 채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역사적으로 업종 내 대표 기업이 하나만 남게 되면 해당 기업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항공 주가는 진에어보다 양호하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4월 1만 원 후반대였지만 현재는 2만 2000원~2만 3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의 주가 부진에 대해 “일본에 대한 높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따른 불안감과 대한항공과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진에어의 경쟁사들은 최근 신규 노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연합과 통합 LCC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운수권 배분 때 인도네시아 운항 권리를 확보했다. 하반기에는 인천~바탐, 인천~발리 노선도 취항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호주, 크로아티아 노선을 따낸 데 이어 유럽연합(EU) 조치에 따라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4개 노선을 가져갔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5월 대한항공과 인터라인 협약을 맺었다. 인터라인은 특정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의 운항 구간을 자신의 운영 노선과 연계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미국 법무부의 독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에어프레미아와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7월부터 제주~상하이, 청주~장자제, 청주~푸꾸옥 등 10개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진에어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신규 노선 획득이 전무하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운수권 배분에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32개의 노선을 받을 때 진에어는 8개, 에어부산은 5개, 에어서울은 1개 노선 취득에 그쳤다. 국토부는 LCC 3사 합병을 염두에 뒀다는 입장이다. 곽 의원은 “기업결합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합병을 전제로 불공정한 배분이 지속되는 것은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선 확장이 숙제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재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있었다면 에어부산이 운수권 배분 때 차별을 받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현재 진에어는 수익성이 높은 일본 노선 확장 정책을 펴고 있다. 진에어의 지난해 운항편수 기준 일본 비중은 58%다. 경쟁사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은 수치다. 진에어 전체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8%에서 지난해 35%로 늘었다. 진에어의 이 같은 전략은 실적 상승을 이끌었지만 3사 통합 이후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2위 회사가 되는 만큼 리스크 축소를 위해 운항 범위와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LCC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노선 위주로 취항한다. 그렇지만 티웨이항공이나 제주항공이 영역을 넓히는 사이 진에어 등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노선이 70%가량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선 다변화 정책을 펴지 않으면 통합법인 내에서 한정된 고객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진에어는 아직 대한항공에 항공기 정비를 의존하는 등 홀로 설 수는 없는 항공사라고 봐야 한다”면서 “통합 이후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 나갈지도 아직 명확히 잡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3사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재무 부담도 변수다. 진에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566.02%인 반면 에어부산은 626.97%에 달한다. 에어서울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1306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와 관련, 진에어 관계자는 “필리핀 보홀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고, (운항 범위 확장을 위한) 스터디도 계속하고 있다”며 “비행기 대수가 한정적이다보니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해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3사 합병으로 인한 재무 위험과 관련해서는 “진에어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