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처럼 ‘부정한 행위’ 인정하면서도 “본질적 언론 기능 해친 것 아냐” 판시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행정11-1부)은 25일 오후 항소심 선고 기일을 열어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2020년 11월 25일 원고에게 한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2020년 10월 방통위는 MBN이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를 들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협력사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를 6개월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MBN은 이에 불복해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의 비위행위가 매우 위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통위의 5가지 처분 근거 중 4가지가 유효하다고 인정, 원고 패소 판결했다. MBN이 2010년 종편 승인 당시 임직원 등 16명을 차명주주로 내세우고 납입자본금 중 556억 원을 회삿돈으로 납입하고 이를 숨기려 재무제표를 거짓 작성한 행위, 자본금 불법 충당을 감추려 2011∼2018년 재무제표를 허위 공시한 행위 등이 처분 사유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처럼 MBN의 부정한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과도한 불이익으로 봤다. 1심 판단에 대해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재량권 일탈 남용과 관련해서 직·간접적 영향을 고려하면 영업정지라는 외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영업 취소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이어 “부정한 행위에는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비위행위가 언론기관으로서 원고의 사회적 기능을 본질적으로 훼손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처분에 앞서 피고는 방송의 자유나 언론기관의 공적 가치가 훼손될 여지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했어야 했지만 심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위 행위, 즉 처분 사유가 원고가 방송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동은 아니다”라며 “이 사건 처분이 공익 침해 정도와 그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적절히 비교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이날 MBN 측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후속 조치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