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회복 위해 최대한 많은 현장 찾을 계획…뉴라이트 역사관 대신 올바른 역사관 강조할 것”
정근식 후보는 “조희연 전 교육감이 시대적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한 행위가 어처구니없는 법률적인 판단으로 범법 행위가 됐다. 이대로 보수 진영에 교육감직을 넘겨줄 수 없었다.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정근식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은 지난 10년 동안 혁신적인 교육을 주도해왔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형평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특히 소수자들에 대한 교육 기회가 크게 확대됐다”면서도 “조 전 교육감에 대한 평가 여론조사를 보면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해 왜 그런지 생각해 봤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라는 분야 자체가 다수의 서울 시민이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근식 후보는 “제가 교육감이 된다면 우리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성과가 객관적으로 확인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하겠다. 조 전 교육감이 10년간 만든 성취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을 발전시키는 ‘혁신교육 플러스’ 정책을 추진하겠다. 지난 10년간 성과를 완전히 비판하고 부정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그간의 성과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초 학력 보장, 창의적 학생 육성…AI 시대에도 대비할 것”
정근식 후보는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기초학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자치구별 교육지원청 학습도움센터를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로 기능을 확대해 기초학습 및 미래형 학력 신장 방안을 추진하고, 이와 연계할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자치구별 서울형학습나침반’ 운영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근식 후보는 “미래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희연 전 교육감이 강조한 ‘질문할 수 있는 학생 길러주기’처럼 ‘무엇을 아느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전환이 필요하다. 암기식 지식 교육을 넘어 지식-역량 융합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다가올 AI(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AI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맞춤형 연수 등을 통해 에듀테크 기반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에게는 청소년의 놀이·체육·문화 공간 설치를 확대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과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근식 후보는 “현 교육감직은 임기가 1년 8개월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들을 많이 막 가져와서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는 건 피해야 한다. 저는 교육감의 남은 임기가 우리 교육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좀 더 굳건히 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사회로부터 인정받아야 교권 회복 가능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정근식 후보는 이 사건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계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보면서 우리 교육 현장이 너무 참 어렵게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의 사기를 북돋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권은 학생 인권 성장으로 추락한 게 아니다. 교권은 ‘인정’에서 온다. 학생으로부터의 인정, 학부모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모두에게 인정받으면 교권은 저절로 확립된다. 지금은 그 인정이 많이 약화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해야 한다. 위로나 치유가 없으면 상처를 받은 선생님은 좌절한다. 그것이 쌓이면 선생님들의 회복 탄력성이 점차 떨어진다. 상처를 받은 선생님들이 다시 일어나 본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 힘은 교육감의 지도력에서 나온다. 상처를 받은 선생님들이 치유되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감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근식 후보는 “그러기 위해 임기 동안 되도록 많은 현장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선생님들을 찾아서 대화하고 노고에 대해 인정하려고 한다. 교육감이 인정하는 선생님이야말로 모두가 인정하는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뉴라이트 역사관 학교로 들어오면 우리 사회 예측 불가”
최근 정치권에서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최대 화제다. 뉴라이트(New Right)는 기존 올드라이트(Old Right)와 대비되는 신우파를 일컫는다. 진보 세력 독주 견제와 안정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뉴라이트는 과거사에 대한 왜곡과 미화를 시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비난도 있다.
정근식 후보는 교육감에 당선되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퇴출’을 꼽았다. 최근에도 내년 3월 도입될 새 검정 역사 교과서가 ‘뉴라이트 역사관’이 담긴 교과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는 “뉴라이트 역사관만 심으려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지난 광복절에도 뉴라이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 때문에 행사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이런 것들을 지적하고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학교 현장에 들어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좋지 않다. 학생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학생들은 아노미(Anomie,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개인적 불안정) 상태다. 여기에 뉴라이트 역사관까지 결합하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다. 옛날 독일 사회가 나치 체제에 어떻게 순응하게 되었는가 생각해 보자. 이 사례만 봐도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후보는 “이 문제는 토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토론은 오해를 불식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으로 운영 중인 ‘팩트체크 교실’을 활용할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더 나아가 역사 자료를 ‘팩트 체크’ 형식을 활용해 학생의 입장에서 팩트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서울 교육의 주인은 서울 시민이다. 서울 시민에게 인정받고, 서울 시민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그런 교육감이 되고 싶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