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요리는 버리고 왔다’…20시간 비행 끝에 요리대결한 에드워드 리의 정체성 여정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셰프는 10월 8일 공개된 데이브 창 쇼(The Dave Chang Show) 인터뷰에서 처음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몇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처음에는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마음을 바꾼 것은 자아 정체성에 대한 탐구 욕구였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내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진정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하고 싶었다. 또한 한국의 셰프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참여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언어 장벽이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술에 취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농담 섞어 표현했다. 에드워드 셰프는 “귀에 통역 이어폰을 끼고 있었지만, 현장이 워낙 바쁘다 보니 제대로 통역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긴 설명이 한 문장으로 축약되어 전달되곤 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 자체도 큰 도전이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한 번에 몰아서 찍은 게 아니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했다. 20시간 비행 후 바로 촬영장으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에드워드 셰프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호텔에 머물러야 했기에 요리 실험을 위한 환경이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에드워드 셰프는 “호텔 방에 조리 기구가 전혀 없어서, 도마와 작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등 간이용으로 몇 개만 사서 간단한 시뮬레이션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리 셰프는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했다. 에드워드 셰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지금까지 내 요리 인생에서 해온 요리는 절대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접근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회에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리 셰프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배경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한국인 셰프들은 전통적인 재료를 볼 때 어쩔 수 없이 고정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외부자의 시선에서, 새로운 각도로 재료를 다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드워드 셰프는 “촬영장이 정말 거대했다. 100명이 모인다길래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제가 봐도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들의 정직함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에드워드 셰프는 “제작진이 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했을 때, 장난으로 옆에 사람에게 ‘그냥 떼고 찍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옆 셰프가 정말 진지하게 ‘안된다’면서 거부하더라. 그 순간 이 작은 일이 한국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규칙을 따르는 게, 그들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인터뷰어는 “만약 이게 ‘오징어 게임’이었다면, 스티커 뗀 사람은 처형당했을 거다”라고 농담했다. 이에 에드워드 셰프도 “그렇다. 스티커 떼면 바로 끝이다. 총알이 날아갈 거다”라고 웃었다.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에드워드 리 셰프가 자신의 장기인 고기 요리를 하지 않은 이유도 드러났다. 에드워드 셰프는 “비록 내가 미국 켄터키 출신이긴 하지만 프라이드 치킨이나 계속 내가 하던 원래 하던 음식만 하면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의미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흑백요리사’ 참가는 단순한 요리 대회 출전을 넘어, 자아를 탐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여정이었던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