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장 양극화도 심화…법인·개인 합치면 상위 10%가 소득 77% 차지
개업 변호사에 한정한 데이터라고는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나 서울변호사협회(서울변회)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상위 10%가 사실상 대부분 소득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도 드러났다. 사건 수나 수임료는 크게 늘지 않은 데 반해 변호사들은 매년 1000명 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개업 변호사 중 중간 소득이 연 3000만 원
안도걸 의원실에 따르면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은 모두 의사가 가장 높았다. 의사의 평균소득은 4억 원, 중위소득은 2억 7000만 원이었다. 평균소득의 경우 의사에 이어 회계사(2억 2000만 원), 세무사(1억 2000만 원), 치과의사(1억 원), 수의사(1억 원), 한의사(1억 원), 변리사(9000만 원), 관세사(8000만 원), 약사(8000만 원) 순이었다.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7000만 원, 중위소득은 3000만 원에 그쳤다. 개업 변호사들 중 절반이 연 300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100명 중 50등을 하는 변호사가 연 3000만 원 소득을 신고하는 데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변호사라는 직군이 위기에 직면한 것을 보여준다”며 “반성문 대필 등 잇단 변호사들의 위법행위들도 결국 ‘먹고 살기 힘든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업계 '부익부 빈익빈'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3년도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변호사의 지난해 과세표준은 총 8조 7227억 원인데, 이 가운데 상위 10%가 총 6조 7437억 원으로 전체의 77.3%를 차지했다. 법인과 개인을 합산한 자료지만 상위 10% 변호사들에게 대다수 수익이 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과표가 연간 4800만 원에 못 미치는 신고분도 전체 신고건수의 22%에 달했다. 월평균 400만 원 매출도 기록하지 못한 것인데 과표가 0원으로 아예 매출이 없다고 신고한 건수도 7.7%에 달했다. 대형 로펌이나 검찰·법원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아닌 경우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진지하게 나오는 이유다.
부띠크 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예전에는 개업을 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일하겠다는 개업 변호사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사건 수임 등을 통해 사무실 운영 경비를 뽑기도 쉽지 않다 보니 다들 로펌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편”이라며 “변호사들이 작은 로펌에서 시작해 큰 로펌으로 이직하는 문화가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보니 우리처럼 작은 로펌에도 좋은 학벌을 가진 이들이 다수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로펌에는 SKY로 불리는 최상위권 대학이나 인서울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합격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공공연한데, 이처럼 학벌이나 별도 자격증이 없으면 ‘개업’으로 내몰리게 되는 게 변호사업계 현실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과거 사법고시 시절 1000명 가운데 700명은 판사와 검사, 대형로펌에 갔고 300명만 개업을 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1400~1500명 중 700명 정도만 과거처럼 소득이 어느 정도 괜찮거나 미래를 보장받는 법조인이 될 수 있고 나머지 700~800명은 그대로 개업 시장에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로스쿨 진학 기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신입 개업 변호사가 연 7000만~8000만 원 이상의 소득은 벌어야 맞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들인 시간이나 비용을 감안할 때 대졸 대기업 초봉보다 높아야 제대로 된 인재들이 법조인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선 대한변협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였는데 개업해서 월 3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면 누가 변호사를 하려 하겠냐”고 우려했다.
#부가세 면세 추진 이룰 수 있을까
서울변회 등 변호사단체들은 부가가치세 면세 필요성을 주장한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변호사 보수 부가가치세 면세를 추진 중이인데, 공공적 성격이 강한 변호사 업무를 고려할 때 일정 범위 이내의 보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변호사 수임료가 500만 원이라고 하면, 의뢰인은 부가세 10%를 포함해 550만 원을 내야 한다. 변호사 비용으로 발생하는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새로운 소비자 유입이 늘어나 개업 변호사들에게도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관련 입법발의도 최근 이뤄졌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은 9월 11일 변호사 보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액사건과 형사사건, 행정사건을 면세 대상에 포함시킨 게 주된 내용이다. 국민의 법률서비스 이용 부담을 완화하고 기본권을 보호하자는 것으로 서울변호사협회의 취지가 반영된 법안이다.
실제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안 발의 이후 성명을 통해 “국민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환영하며 해당 법률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개업 변호사는 “일반 개업 변호사의 경우 개인 자격으로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에서 부가세만 줄어든다고 해도, 변호사 비용을 더 합리적으로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변호사 수임 비용이 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낮아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