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가까이 뛰는데 감당 못해” 인천 계양 40%대 포기 사태…LH는 ‘미리 예측’ 가능성
이달(10월) 들어 A2블록과 A3블록, 2곳에 대한 첫 번째 본청약을 진행했는데 2021년 사전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40% 이상이 이번 본청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A2블록(공공분양주택) 당첨자의 42%(235명), A3블록(신혼희망타운) 당첨자의 45%(106명)가 본청약 신청 지위를 내던졌다.
핵심 원인으로 본청약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 대비 크게 인상된 것이 지목됐다. 본청약 분양가가 당초 추정 분양가에서 최대 1억 원 가까이 오르자 이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A2블록 전용84㎡ 분양가는 사전청약 당시 4억 9387만 원에서 본청약 시 5억 8411만 원(최고)으로 약 9000만 원(18.3%) 상승, A3블록 전용55㎡ 분양가는 3억 3980만 원에서 4억 480만 원(최고)으로 6500만 원(19%) 뛰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전청약을 포기하는 사유로는 (다른) 주택 구입이나 본청약 당첨, 단순 변심, 기타 개인사정 등이 있다”며 “포기 사유가 분양가(상승)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양신도시 본청약이 당초 지난해 10월에서 11개월 지연된 점도 이를 기다리던 사전청약자 이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사전청약자들은 LH의 이러한 설명에 반발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이 명시된 공공주택 특별법 취지를 무시하고 본청약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높여 당첨자들이 분양가 상승분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서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계획된 계양 A3블록의 경우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추정 분양가(약 3억 4000만 원)의 최대 대출 범위(70%)를 제외한 나머지 1억 원의 잔금 납부를 준비하던 중 6500만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겨 대거 청약을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가된) 6500만 원은 신혼부부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개월간 모아도 부족할 금액으로, 신혼부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분양가 산정방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혹시 LH 귀책사유로 인한 증가분을 당첨자들에게 전가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겠다”며 LH를 압박했다.
LH는 본청약 단계에서 분양가가 크게 오를 경우 청약 포기자가 다수 나올 가능성을 내부 연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H 토지주택연구원이 펴낸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 부동산시장에 미친 영향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사전청약 1~4차’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분양가 5% 상승 시’에는 응답자의 19.5%가 본청약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분양가 10% 상승 시’에는 응답자의 37.9%가 포기 의사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3년간 건설공사비지수가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2.8% 올랐고, 민영주택 분양가격이 약 34% 뛴 만큼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다른 3기 신도시나 중소 공공주택지구 본청약에서 사전청약자들의 ‘줄포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도다.
‘공공 사전청약 피해자모임’이 이달 15일부터 3일간 과천 주암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 100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1%가 ‘본청약 포기 시 결정적 요인’으로 ‘분양가 상승’을 꼽았다. ‘다른 주택 구매’라고 답한 응답자는 1.3%, ‘일정 지연’을 언급한 이는 1.2%로 매우 적었다.
LH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을 기준으로 전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 9392명 가운데 20.6%(3998명)가 이미 당첨을 취소‧포기한 상태로,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남양주왕숙 A20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사전청약 당첨자의 37.9%(221명)가 당첨을 취소‧포기했다. 향후 본청약 때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추가 포기자들이 나올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계양신도시 본청약 분양가격이 앞으로 전체 3기 신도시 본청약 방향을 제시하는 가늠자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조금은 누르겠지만 본청약 분양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청약자들의 소득‧재정 수준에 격차가 있어 분양가 상승에 대한 민감도나 수용 여력, 청약 포기 비율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모든 3기 신도시의 상황이 같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분양가가 똑같이 8000만~9000만 원 오를 때 사전청약자가 체감하는 정도는 지역마다 달라 하남 교산이나 고양 창릉은 인천 계양에 비해 본청약 포기자 수가 훨씬 적을 수 있다”며 “다만 1억 원선을 훌쩍 넘어 2억~3억 원씩 오른다면 이들 지역도 본청약 포기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H 입장에서는 사전청약자의 청약 포기가 생기면 그만큼 일반청약 물량을 늘려 입주자를 채우면 된다. 3기 신도시는 서울과 근거리 강점과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에 힘입어 일반청약의 흥행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당초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며 ‘원가수준 공급’을 공언한 것이 분양가 인상으로 퇴색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인상된 분양 가격이 피해자분들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사전청약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