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보여주며 ‘일 같이 하자’ 제안 왔지만 거절…“길에서 약속 있었는데 거기까지 찾아와”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2021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던 무렵, 박 전 장관 캠프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10월 29월과 31일 이뤄진 일요신문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명 씨가 여론조사를 보여주며 일을 같이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공개했다. 박 전 장관은 “신뢰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명 씨)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다른 일정을 가고 있었지만, 부산 서면의 한 도로로 찾아온 명 씨 등을 잠시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다만, 박 전 장관은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2020년 4월경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이 부산시청 여성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치러졌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박민식 전 장관, 박성훈 전 부산 경제부시장, 박형준 현 부산시장, 이언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진복 전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예비경선 결과 박형준 박성훈 이언주 후보가 경선에 진출했고, 박형준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다. 박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됐다.
취재에 따르면 명 씨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는 명 씨가 운영한 시사경남, 아시아경제 영남본부, 경남매일 등이 여론조사기관 ‘PNR-㈜피플네트웍스(PNR 리서치)’에 의뢰해 작성한 ‘2021년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가 등록돼 있다. 여론조사는 2020년 9월 28일 실시됐다. 명 씨는 이 여론조사 데이터를 들고 박 전 장관에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조사는 당시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보면 야권 후보 지지도에서는 서병수(19.5%) 이언주(15.5%) 장제원(9.2%) 박민식(5.8%) 이진복(5.2%) 유재중(4.2%) 순으로 나타났다. 박민식 전 장관은 2020년 11월 9일, 박형준 시장은 같은 해 12월 15일 출사표를 던졌다.
박형준 시장 이름은 2021년 2월 6일 공표된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다. 이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와 경남매일이 PNR 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2월 5~6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다. 다만 두 여론조사의 조작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명태균 씨에게 문자와 전화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