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영선·강혜경에 고소·고발 잇따르지만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 이뤄지지 않아
윤석열 정부에서 ‘게이트’가 터졌다. 명태균 게이트의 주인공 명태균 씨,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대선 후보 당시 여러 차례 만나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김 전 의원의 비서관 및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 등이 핵심 인물들이다.
핵심 인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강혜경 씨에 대한 각종 고소·고발이 이뤄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강도 높은 압수수색 등은 펼치지 않고 있다.
#공천 개입보단 불법 여론조사 자료 전달이 핵심(?)
첫 시작은 지난 4·10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지역구였던 창원을 떠나 경남 김해갑에 출마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공천 개입’ 의혹이었다. 뉴스토마토는 2월 29일 A 의원이 지방 모처에서 명 씨를 만났고, 명 씨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건네면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대통령실 등에서는 “김 여사는 공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공천 개입 의혹은 명 씨가 운영했다고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발 여론조사 자료로 방향이 바뀌었다. 김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 강혜경 씨의 폭로와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명 씨가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교류하면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 결과를 손 봐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유리하게끔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명 씨는 자신의 회사가 아니며 실질적 운영자도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강혜경 씨 측은 한 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과 이준석 의원 외에도 윤상현, 김진태, 오세훈, 홍준표, 나경원, 안철수, 이언주, 김두관, 하태경 등 명 씨 관련 27명의 정치인 명단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또 최근에는 명 씨가 경남 창원시의 국가첨단산업단지 부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창원 수사
이미 창원지검에서는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사이의 금전거래와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23년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하면서 5명을 수사 의뢰했는데 여기에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포함됐다.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9000만 원가량을 명 씨에게 보냈는데 이 과정이 수상쩍기 때문이었다.
김영선 전 의원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선거 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명태균 씨 역시 “빌려준 돈 6000만 원 돌려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해당 자금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금지) 혐의 적용도 같이 검토했지만 10월 10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내사종결했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관계는 여전히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창원지검 형사4부는 강 씨가 제출한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휴대전화 통화녹음 파일 4000여 개를 분석 중이다. 공천대가 등이 입증 가능할지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서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도 수사 중이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0월 23일 명 씨와 윤 대통령, 김 여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 명 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81차례에 걸쳐 3억 7500만 원 상당의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김 여사에게 약속받았다는 의혹이다.
특히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2022년 대선 당일인 3월 9일 캠프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를 전달받았다”고 폭로했다. 2022년 3월 9일 대선 당일까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명 씨가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가 전달됐다면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명 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이 된다.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 자료가 대선 당시 캠프에 전달됐다면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일 수 있다. 윤석열 후보 캠프 측에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한 바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밖에도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자금을 유용해 여론조사에 사용했다면 사기죄나 횡령죄 적용이 가능할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씨를 상대로 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명 씨가 “윤 대통령을 내가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고 얘기하거나, “내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시켰다” 등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명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명 씨는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허세가 섞인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지율 떨어지는데, ‘한방’이 없다(?)
일단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는 강 씨와 명 씨, 김 전 의원 간 엇갈리는 진술의 진위를 밝혀 명 씨가 실제 김건희 여사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는지, 받아냈다면 이것이 대선 기간 여론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한 것에 대한 대가였는지 입증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부부까지 수사가 올라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다. 강혜경 씨 주장처럼 대선을 앞두고 명 씨를 통해 수십 차례의 여론조사를 비용도 치르지 않고 보고받아 선거에 활용했는지, 그 배후에 윤 대통령 부부가 있었는지 등을 먼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 씨 신병 확보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정도 사건은 대검에서 구체적으로 체크해 지휘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인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통령실 역시 대검이나 법무부 장관을 통해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보고를 받으며 공조를 하는데, 명 씨가 어디까지 터트릴지 모르는 것도 있고, 명 씨를 구속시킬 수 있을 만큼 정확한 혐의가 없는 것도 움직이는 못하는 이유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다만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는 검찰이 신경 써야 할 변수다. 민주당은 세 번째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기존에 발의한 특검법 수사 대상 8개 외에 김 여사가 명 씨를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 김 여사와 그의 측근 그리고 대통령실이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에게 국가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등 국정농단을 했다는 의혹 등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특검 전 항상 먼저 수사 결과를 내놓는 방식으로 ‘존재 이유’를 보여줬던 검찰이 이번에도 특검이 도입되기 전에 수사에 본격 착수할 수 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명 씨가 ‘철없는 오빠 텔레그램’ 등을 공개하면서 정권에 치명적인 지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신중하게 사건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검찰이 게이트를 잘못 건드리면 지지율이 더 급락할 수 있기에 대통령실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