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항공기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5시간 이상 하늘을 날며 수많은 데이터를 모은다.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한 이후 이 데이터들을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 진행된다. 기종에 따라 항공기 정비사들이 이동형 저장장치로 데이터를 가져오거나, 와이파이 및 4G망을 지원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MRO’로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항공기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부품·시스템 결함을 미리 잡아내는 한편, 무인 드론 4대를 동시에 공중에 띄워 항공기 동체 외관을 점검하는 독보적인 플랫폼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결함이 발생하기에 앞서 문제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자체 개발한 특수 목적 드론과 운용 시스템을 수년 내 상용화하여 동체 외관 정비의 안전성과 효율성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예지정비(豫知整備·Predictive Maintenance)를 시작했다. 미국 델타항공, 일본 전일본공수(ANA) 등 대형 글로벌 항공사들 위주로 예지정비를 수행하고 있고,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2022년 12월 예지정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예지정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도입을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영층의 확고한 의지에 힘입어 필요 자원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가용한 데이터를 예지정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두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다. 대한항공 예지정비 TF는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IT 환경을 구축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작업인 만큼 시스템 구축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현재 자체 예지정비 솔루션과 해외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든 디지털 솔루션을 고루 활용해 예지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TF 활동으로 예지정비 도입 가능성을 확인한 뒤 2023년 8월 예지정비팀을 정식 출범했다. 예지정비팀 관계자는 “항공기 결함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해외 항공업계에서도 예지정비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이미 미국 델타항공은 에어버스·제너럴일렉트로닉스(GE)와 디지털 동맹을 맺고 예지정비를 선도해 나가고 있으며, 일본 항공사들도 예지정비 시스템을 적극 개발 중이다. 대한항공도 해외 유수 항공사 및 제작사와 교류하며 예지정비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항공기 내부는 물론 동체 외부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동체가 찍힌 부분은 없는지, 페인트가 벗겨지지는 않았는지, 비행 중 번개가 스쳐지나간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점검해야 향후 운항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비사가 높은 곳에 올라가 확인해야 했던 이 작업을 향후 수년 내에는 무인 드론을 띄워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1년 국토교통부의 인스펙션 드론(Inspection Drone) 개발 사업 일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현재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과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2월 본사 격납고에서 항공우주본부 및 정비본부 관계자, 국토부 및 관련 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인스펙션 드론 프로토타입으로 보잉 737 동체 외관 검사를 시연했다. 그 결과 실제로 정비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AI가 자동으로 결함을 분석해주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를 실제로 정비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결함 탐지 모델 학습을 진행하는 것. 이를 위해 국토부의 ‘AI 진단 기반 항공기 로봇 검사시스템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다양한 참여 기관·업체와 협력 중이다. 국토부 등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력해 정비 매뉴얼과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관련 기술 보완과 제도 정비를 마치는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스펙션 드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 노동집약적인 항공 MRO에서 탈피한 MRO 디지털화를 선도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인스펙션 드론이 상용화되면 정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더욱 신속·정확하게 내려 안전 운항을 담보하는 한편, 지상 정비 시간을 단축해 항공기 운용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호 기자 Sh55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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