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에는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 음성이 담겼다.
민주당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녹취를 공개한 이유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유 중의 하나가,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 등의 의무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04년 2월 18일 경인 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 회견에서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고 발언했다. 2월 24일 방송 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해 선거 중립 의무 위반으로 탄핵 소추를 당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과 2016년에 친박계 인물들의 총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선거 전략을 수립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청와대 정무수석이 관여한 것을 승인 공모했다는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런 과거의 사례와 지금 공개된 윤 대통령 관련 녹취 사이에는 상황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의 통화는 2022년 5월 9일에 이루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이 아니라, 당선인 신분이었다. 공직자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또한 만일 누군가에게 공천을 부탁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시기 역시 당선인 신분이었다. 설령 통화 녹취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공직자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당 통화 다음날인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했고, 곧이어 공천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난 일로 법적 판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법적인 해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윤 당선인이 당시 김영선 전 의원 문제를 누구에게 ‘부탁’했는지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만일 당시 윤 당선인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말했다’라는 점을 적시했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말하고 있는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셋째, 해당 통화 녹취는 일부분만 발췌된 것이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체 맥락 속에서 해당 부분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부분만을 해석하면 전체 대화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명태균 씨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당에서 다 알아서 하겠다’라는 내용이 잘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넷째, 해당 녹취가 누구에 의해 녹음, 제공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만일 제3자가 이를 녹음 공개했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해당 녹취를 들고 법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확률도 매우 높다. 통화 당사자가 녹취를 공개하면 증거 능력도 인정되고 법 위반도 아니지만, 제3자가 타인 간의 통화 혹은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하면 법 위반이 되고 증거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아직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단지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 드러난 것만 가지고는 탄핵 소추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인데, 민주당 역시 이런 부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뭔가가 추가로 공개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판결도 예정돼 있는 이번 연말은 유독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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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