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말 그대로 돌발 발언이었다.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이 깜짝 놀라 수근거렸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특별한 의미가 실린 발언은 아닌 말실수임이 분명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같이 대통령 후보직 사퇴라면 모를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재 대통령직을 사퇴할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역시 놀랐다. 이에 “제가 방금 뭐라 그랬죠? 그 부분 다시 하겠습니다”라며 “오늘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정정했다.
25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등록에 즈음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앞서 서병수 사무총장 겸 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과 조윤선 대변인은 25일 오전에 박 후보를 대신해 대선 후보등록을 마쳤다.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모든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며 “저는 오늘로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눠왔던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 여정을 마감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박 후보의 국회의원 경력은 마침표를 찍었다.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으로서 공직을 이어가게 돼지만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선 대선 승리를 향한 비장한 결의가 느껴졌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현장 분위기로 인해 박 후보가 ‘국회의원직 사퇴’를 ‘대통령직 사퇴’로 말하는 실수까지 범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