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취급 받아…투자금은 소진되고, 수익모델 찾기 고심
업계에 따르면 캐치테이블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한 고급 식당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목받아왔다.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 식당들 대부분이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캐치테이블에서는 티엔미미 강남점(정지선 셰프), 쵸이닷(최현석 셰프), 네기라이브(정호준 셰프), 도량(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 디핀(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셰프), 본연(원투쓰리, 배경준 셰프), 군몽(고기깡패, 데이비드리 셰프) 등 방송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 식당 예약이 시작되자 대기자만 11만 명이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엄청난 화제성과 달리 스타트업계와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캐치테이블에 대한 평가가 상반된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외형은 화려하지만 실질적인 수익 창출 구조가 미약하다”며 “초기에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이 소진된 상태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캐치테이블 운영사 와드는 2016년 설립 이후 꾸준히 투자 유치에 성공해왔다. DSC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에서 총 736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마지막 투자 라운드 기준 2000억 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유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뚜렷한 수익성 개선 방안도 없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와드는 2023년 매출 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20억 원 대비 275%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215억 원으로 전년 97억 원 대비 122% 증가했다
캐치테이블 측은 “당사는 예약 대기 시장에서의 안정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외식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기존 투자금의 효율적인 활용에 집중하며 외식 시장의 기술 고도화와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사업모델 테스트를 통해 매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재무제표 분석 결과, 급격한 적자 확대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 증가로 파악됐다. 지난해 와드의 급여와 퇴직급여는 총 145억 원으로, 매출액의 약 2배에 달했다. 광고선전비는 25억 원, 판매촉진비는 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4%, 917% 급증했다.
와드는 캐치테이블에 등록하는 업체에 월 예약 수에 따라 최대 9만 9000원을 받는 모델과 기업 광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캐치테이블이 엄청난 대기자 수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이유는 대기자나 예약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월 약 10만 원만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금액을 올리기도 어렵다. 한 식당업계 관계자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어차피 캐치테이블에 등록을 안 해도 대기자가 많은 식당이기 때문에 캐치테이블이 수수료 모델이나 월 비용을 올리면 바로 떠날 사람들이다. 또 유명 식당이 아니라고 해도 예약 서비스라는 게 꼭 캐치테이블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고객들에게 돈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슐랭 스타 식당은 극소수다. 그 외 식당은 유료화 이후 고객 이탈을 우려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예약 서비스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와드의 현금성자산은 342억 원 수준이지만 예수보증금이 147억 원에 달해 실질적 가용자금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비용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자금 소진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내년 초면 투자받은 자금을 다 소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치테이블 측은 “시장 예상보다 가용 자금이 많은 수준이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수익 모델 테스트를 기획,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금마저 빠듯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캐치테이블로 예약하면서 선결제를 걸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돈이 꽤 많다. 약 2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말 식당 예약이 늘어나면 300억 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다. 운영자금이 떨어졌을 때 이 돈은 안전할지 우려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불이행 사태 이후 예수금이 안전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지 않냐. 내년쯤이면 예수금 때문에 식당 측 걱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캐치테이블 측은 “캐치테이블 서비스 론칭 이후부터 지금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예수금(예약금)을 유용한 적이 없다”면서 “예수금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당사 규정에 따라 엄격히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한 사례도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캐치테이블에 등록된 대형 호텔브랜드 식당 중 콘래드 호텔 등 유명 호텔 식당이 몇 곳이 캐치테이블과 협력을 중단했다는 얘기도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호텔은 티메프 사태로 인해 협력사 재무구조 점검에 나서면서 재무가 불안정한 캐치테이블과 계약을 해지하고 경쟁사로 이관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캐치테이블 측은 해당 내용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캐치테이블 측은 “예수금 우려로 인해 캐치테이블에서 호텔 다이닝이 이탈한 사례는 없다. 콘래드 호텔 역시 현재 캐치테이블을 통해 연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별도 해지나 이탈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호텔 다이닝 매장 예약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며 서울 및 제주, 부산, 대구 등 전국 지역의 약 190여 개 호텔 다이닝들이 다수 입점해 있다. 연말 예약을 진행하는 리미티드 위크에도 호텔 다이닝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는 전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약을 받아왔던 호텔 다이닝들도 최근 캐치테이블과의 가맹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