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국회·헌재 장벽, 하야는 현실성 낮아…4년 중임제 포함한 개헌론 여야 일각 급부상
윤석열 대통령의 11월 7일 대국민담화문 중 일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야권은 탄핵에 이어 하야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일각에선 ‘임기 단축 개헌’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0일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아직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두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율 20%선이 무너지며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가 2주 전 대비 3%포인트(p) 내려가 역대 최저치인 19%를 기록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7%p 상승한 7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또한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10월 27일과 28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긍정평가는 17%(‘매우 잘하고 있다’ 2%·‘잘하는 편이다’ 15%), 부정평가는 78%(‘매우 잘못하고 있다’ 51%·‘잘못하는 편이다’ 27%)를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 가고 있는 이유로 김건희 여사 논란, 명태균 씨로 촉발된 공천개입 의혹, 독선적인 국정운영과 인사, 민생경제 어려움 등이 거론된다.
앞서 NBS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못하는 점’으로 응답자의 29%는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연루’를 꼽았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 14%, ‘경제 및 민생 해결책 부족’ 11%, ‘의료개혁 등 일방적인 개혁 추진’ 1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잘하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여론조사 참여자 절반이 넘는 57%가 “없다”고 답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임기를 둘러싼 여러 관측들이 봇물을 이룬다. 국회에서의 탄핵 추진, 윤 대통령 하야 결단,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 등이다.
우선 탄핵 추진 목소리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11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초안은 이달 안에 발표한다. 이 초안은 추후 국민께서 직접 문구를 보태고 수정하는 국민참여형 신문고형 탄핵소추문이 될 것”이라며 “조국혁신당 ‘탄핵 쇄빙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 4당 소속 의원이 만든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 연대’는 11월 13일 공식 출범한다. 진보 성향 5개 당이 모두 참여하고, 민주당 의원 20명 이상 참여 의사를 밝히며 현역 의원 40명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국회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8표 이상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야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 여당 의원 다수는 영남권에 안정적인 지역구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동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도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상 탄핵이 인용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탄핵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6인 중 윤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을 포함해 3명 정도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 결단 촉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육성 파일을 공개한 다음날인 11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은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스캔들 관련 거짓말이 들통나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윤 대통령도 스스로 결단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고 했다. 송순호 최고위원은 “또다시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하야가 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직격했다.
자진 하야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본인과 김건희 여사에 제기되는 공천 개입, 국정 개입 등 의혹이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정치 선동”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갖가지 의혹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최고 권력과 검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이를 다 놓치고 사법처리의 위협에 노출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데 자발적 퇴진을 수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야권에선 ‘임기 2년 단축 개헌’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상근 목사,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은 10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하면서 윤 대통령의 임기는 2년 단축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11월 1일 민주당 민형배 장경태 문정복 김용만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연대 준비모임’ 결성을 선언했다. 준비모임은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질 때 큰 가르침을 주는 원로들의 제안에 깊이 공감하고 지지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시민혁명으로 부를 수 있고, 한편으로는 기존 탄핵 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나 실제 탄핵의 효과를 내는 일종의 ‘연성 탄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서는 임기 단축 헌법 개정 장점으로 △탄핵 사유에 대한 지루한 법리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 △국민투표로 국민이 직접 참여해 심판하게 된다 △위헌·위법 사유로 한정된 탄핵과 달리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탄핵과 달리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면 탄핵 절차보다 더 빠르게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고,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탄핵 의결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8표 이상 반란표가 나와야 통과되는 셈이다. 이후 국민투표에서는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선 ‘탄핵보단 임기 단축이 낫다’는 논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속수무책으로 정권을 내줬다. 탄핵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재앙이나 다름없다”면서 “하지만 개헌 전제 임기 단축은 얘기가 다르다. 우리도 전열을 재정비하면 충분히 차기에 도전할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개헌’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10월 3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두 번 연속 대통령이 탄핵되는 당으로서 정치적으로 큰 시련을 겪거나, 경우에 따라 당이 사라져버리는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며 “차라리 임기 단축을 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는 데 동참한 정치세력으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고, 역사의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반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바꿀 의지가 없었다. 그럼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국정은 마비돼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 국민의힘도 결국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초선 의원은 “탄핵과 하야, 개헌 중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 앞으로 정치 상황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리라고 본다. 세 가지 방안을 다 준비해가면서 정치 상황에 맞게 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