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미국 승인도 연내 완료 유력…양사 임직원‧마일리지 등 실무 통합 숙제 풀어야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두 항공사의 합병은 임직원 고용 승계 문제, 화물부문 분리매각 등 각종 이슈로 노사 갈등이 첨예했던 터라 향후 조직‧인사 운영을 어떻게 할 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문제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EU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위해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조건부 승인’ 선행 조건을 대한항공이 모두 충족해 심사를 종결한다며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앞서 지난 2월 EC는 양사 결합의 승인 조건으로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로마)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의 안정적 운항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 승인 절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을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택해 유럽 4개 노선 취항을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수자로는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EC의 승인 내용을 미국 법무부(DOJ)에 보고한 상태로, DOJ가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승인 입장으로 해석돼 총 14개 필수 신고국 승인을 모두 받게 된다. DOJ는 조만간 심사 절차를 완료할 전망이다.
모든 심사 절차가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총 1조5000억 원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뺀 잔금 8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인수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합병 후 국내 여객 점유율이 34% 수준으로 올라서며 여객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1위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부상하게 된다.
지난 10월 기준 대한항공 여객기는 135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68대로 모두 합치면 203대를 보유 중이다. 향후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30대)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21대)·에어서울(6대) 등 통합 가능성이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보유 여객기까지 합쳐지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양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연간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20년 12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가정할 때 추산 시너지 효과는 연간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이라며 “통합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본격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 지위로서 2년간 독립 운영 기간을 거친 뒤 대한항공에 흡수 통합될 예정이다.
노동조합의 큰 우려를 샀던 직원 고용 승계 문제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 없이 순탄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 규모가 늘어나면 필요한 인력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대한한공은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업무가 중복되는 인력은 재교육을 거쳐 재배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나오거나 조직간 심리적 갈등이 다시 노출될 수 있어 완전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수 있다.
직원 임금(연봉) 체계, 성과급 산정 방식을 합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조종사 노조와 갈등을 겪은 바 있어 이에 대한 안정적 관리가 요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문제는 전문컨설팅업체와 함께 신중히 풀어야 할 과제다.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은 결합 후 2년 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한 때부터 이뤄진다. 그 전까지는 각각 마일리지가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양사가 결합하는 날로부터 6개월 안에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해 공정위의 승인을 얻고 시행해야 한다. 2019년 말 기준보다 제도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되는 조건도 달려있다.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총 3조 5000여억 원(회계상 부채) 이상이다.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향후 컨설팅 업체를 통해 논의, 결정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보통 1000원당 1마일 적립,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5마일을 적립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마일리지 가치를 ‘1 대 1’로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양사 합병 후에는 ‘통합 LCC’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진에어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해 인천국제공항에서 통합 LCC를 이끄는 구도가 유력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 외신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며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사 통합 LCC 출범이 성공하면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누르고 선두 자리에 오르게 된다. 반면 에어부산이 빠진 채로 진에어와 에어서울만 합친다면 제주항공이 일단 1위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