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여파가 연예계에도…“연말까지 몸 사려야 하나” 우려 목소리↑

계엄 해제됐지만 ‘뒤숭숭한 분위기’ 지속돼…연말 시상식도 ‘눈치’

[일요신문] 1979년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가 6시간여 만에 해제된 가운데 국내 연예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번 주(12월 4~6일) 예정됐던 일부 인터뷰와 홍보 일정이 연기되는가 하면, 연예인들의 참석이 예정돼 있던 각종 행사도 취소 수순을 밟았다. 계엄이 해제된 만큼 논의 끝에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탓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워 아직까지는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가 연예계에도 미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12월 4~6일 예정된 주연 배우 서현진, 공유, 정윤하 배우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스틸컷

12월 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이날 예정됐던 주연 배우 서현진의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고, 5일과 6일 진행될 공유와 정윤하의 인터뷰 일정도 재조율 중이다. '트렁크' 측은 "4일 예정됐던 서현진 배우의 인터뷰는 취소됐다. 변경 일정은 추후 안내드릴 예정이며 공유, 정윤하 배우 인터뷰 진행 여부 역시 재공지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딘반의 포토월 행사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는 배우 정은채, 남윤수, 김재영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같은 날 오후 5시 4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조 말론 런던의 포토콜 행사도 취소됐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김수현, 스테이씨 시은, 우주소녀 여름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상파 아침 방송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오전 KBS1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을 대신해 비상계엄 관련 뉴스 특보를 방송했으며 MBC와 SBS도 각각 '생방송 오늘 아침', '좋은 아침'이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뉴스 특보로 대체됐다. 

반면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논의 끝에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한 이들도 있었다. 영화 '대가족' 양우석 감독과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3' 인터뷰가 이날 진행된다. 이들은 전날 비상계엄령 선포로 인해 인터뷰 진행 여부를 두고 고심했으나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아소비(YOASOBI)와 두아 리파 등 해외 가수들의 내한 콘서트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들은 모두 현재까진 변동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리벳(LIVET) 제공

연말 특수를 노린 콘서트 등 공연 일정도 그대로 진행된다. 먼저 12월 7~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두 번째 내한 콘서트를 갖는 일본 가수 요아소비(YOASOBI) 측은 예고한 일정 그대로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4~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7년 만에 한국 팬과 마주하는 팝스타 두아 리파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진 않았으나 변동사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 이승환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2월 4~5일 예정돼 있던 소극장 콘서트 '흑백영화처럼'의 취소 소식을 알렸다가 이후 "계엄이 해제됨에 따라 '흑백영화처럼'은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다시 공지했다. 

12월 6일 예정된 송중기 주연의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도 그대로 진행된다.  또 12월 9일 열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 및 월드 프리미어 행사도 아직까지 변동사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는 연말을 장식할 시상식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져있다. KBS 측은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축제 등을 일정 변경 없이 방송한다고 밝혔으나 SBS는 "결정된 바가 없다", MBC는 "확인 중"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각 방송사에서 개최돼 아직 시일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나 사태가 사태인 만큼 긴 논의를 거쳐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연예계 한 관계자는 "계엄이 해제됐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하고 가라앉아 있어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대중들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을 노리고 준비한 계획들이 많은데 이런 뒤숭숭함이 이달 내내 이어질까봐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의 탄핵 추진과 4조 1000억 원 규모 예산 삭감을 두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함으로써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가 이튿날인 4일 오전 12시 48분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재적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 여 만인 이날 오전 4시 27분께 계엄을 해제했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