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게이트 바로 앞에 차량 지나가도록 설계해 사고 우려…인천관광공사 “안전 보완 추진할 것”
인천시 중구 북성동1가에 자리한 상상플랫폼은 1978년 건립한 폐곡물창고를 재건축한 해양복합문화관광시설이다. 2016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공모사업(경제기반형)으로 선정돼 2019년 인천시가 해당 부지를 매입, 2020년 착공이 시작됐다. 상상플랫폼은 올해 7월 19일 정식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상상플랫폼은 당초 인천시가 상상플랫폼 공간 30%를 조성하고 나머지 70%는 민간사업자가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최초 민간사업자인 CJ CGV가 사업을 포기했고, 두 번째 민간사업자인 무영씨엠컨소시엄마저 자금난으로 사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인천시는 사업을 직접 해 상상플랫폼을 완공했다.
상상플랫폼에서 문제가 제기된 구역은 1번 게이트 부근이다. ‘일요신문i’가 상상플랫폼에 방문해 확인한 결과, 1번 게이트를 나가 좌측을 바라보면 무인 주차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차단기가 출입문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주차장에 출입하는 차량은 출입문 앞 보도를 무조건 지나가야 한다. 1번 게이트 앞에 깔린 보도블록들과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위에는 차량 통행 방향을 관리하는 입·출차 유도선이 그려져 있었다.
이 설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는 차량보다 보행자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추세다.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진화하고 있다. 상상플랫폼의 출입문은 총 7개로 3~5번 게이트는 주차장으로 이어졌고 6, 7번 게이트는 보행자길이었다. 3~5번 게이트는 1번 게이트와 달리 보행자가 차량을 바로 마주하지 않도록 횡단보도, 단차, 계단 등으로 구분해두었다. 1번 게이트에서만 보행자의 교통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1번 게이트를 지나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에는 차량 4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다. 평일에는 상상플랫폼에 입주한 인천관광공사 직원들의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상플랫폼 방문객 A 씨는 “누군지 모를 인천관광공사 직원은 교통사고 예비 피의자가 되고, 상상플랫폼에 놀러 간 이용자들은 1번 게이트로 나가다가 불구가 될 수 있다. 작은 안전부터 철저히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야 했는데 이 설계는 아주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차량이 이동하는 곳에 출입문이 직결된 굉장히 부적절한 설계다.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이 분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게이트는 정상적으로 분리된 걸 보면 1번 게이트가 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사람들은 1번 게이트 바닥에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어 보행자길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주차장 진출입로로 만든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상상플랫폼 리모델링을 설계한 ‘제이유 건축사사무소’는 현재 1번 게이트가 자신들이 인천시에 제출한 설계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천광역시가 공개한 ‘인천내항(1·8부두)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자료의 상상플랫폼 조감도에도 1번 게이트는 보행자가 차도와 만나지 못하도록 구별을 해뒀다.
제이유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협의할 때 문제의 도로는 항만 쪽으로 이용자들이 나갈 수 있게 보행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가 더 많은 주차 공간 확보를 요구해 어쩔 수 없이 해당 구역에 주차 공간을 확보해 보차도 혼용 도로로 설계해야 했다. 다만 출입구랑 차량의 진출입이 섞이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건물을 시공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꾼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설계자가 건축 과정에 참여하는 ‘설계 의도 구현 업무’를 저희가 했으면 이런 변경 건에 대해서는 협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공 단계에서 참여하지 못해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리모델링을 총괄하는 인천시나 교통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바뀌는 과정을 체크하고 바로 잡았어야 한다. 이를 허가한 담당자들의 잘못이 크다. 당연히 제기돼야 했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상플랫폼은 ‘문화 및 집회시설’로 분류돼 있고 시설면적이 1만 2150㎡에 연면적은 2만 4845㎡에 달한다.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라 교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교통영향평가는 해당 사업으로 발생하는 교통량·교통 흐름의 변화 및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그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이 과정에서 모두 1번 게이트의 문제점은 지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2019년 진행된 교통영향평가에서는 아무런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았다. 크게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건물이 가로로 긴 형태라 차량이 원활히 나갈 수 있는 동선이 없는 점 등을 이해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천관광공사는 방문객이 많을 때는 1번 게이트를 폐쇄하고, 평시에는 경비원들을 배치해 보행자 안전에 신경 쓰고 있다. 추후 주차 차단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을 달리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상상플랫폼 리모델링에 총 941억 원을 사용했다. 국비가 126억 원, 나머지는 시비다.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세금이 사용됐음에도 잘못된 설계를 잡아내지 못해 인력 배치와 추가 공사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행사 등이 있을 때는 이용자들이 1번 게이트로 나가지 못하게끔 통제하고 있다. 현재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라 1번 게이트로 건축 자재가 들어오고 나갈 때만 개방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해당 구역의 보행자와 차량이 마주치지 않게끔 안전 보완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