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내란 두 혐의 적용 전망…“국가 전복 고의성 얼마나 잘 입증하는지가 관건”
다만 두 혐의에 대한 전망은 조금 엇갈린다.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시킨 지시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모두 했다면 직권남용으로는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내란의 경우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가 분명해야 하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사를 통해 ‘윗선에서는 진심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등 국회를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내란 혐의도 유죄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용현 다음은 곧바로 대통령?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영장을 청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의사결정의 우두머리’라고 봤다. 핵심인 내란죄는 우두머리와 중요임무 종사자, 단순가담자로 구분해 처벌하는데, 윤 대통령을 우두머리로 보고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본 것이다.
검찰이 김 전 장관에게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국헌 문란 행위’인 비상계엄을 계획하고 건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란죄의 경우 우두머리에 대한 법정형은 사형과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중대한 범죄라는 의미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참하며 “모두 내가 지시한 것”이라고 밝힌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계엄 건의,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 지시 등에 대해 지시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위헌·위법성은 없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 밖에 계엄포고령 역시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수사는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군 그리고 경찰 핵심 수뇌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과도 공모했다고 적시했는데, 이번 비상계엄의 건의자이자 핵심인물인 김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만큼 곧바로 수사는 윤 대통령에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군장성들 진술로 내란죄 가능성 높아져
내란죄는 형법 제87조에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조계에서 ‘기소는 100% 해야 하지만 유무죄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현직 판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국가 전복의 고의성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국가를 전복하려 한 부분이 입증돼야 하는데, 국회에 군을 파견해 장악하려고 한 지시가 과연 어느 정도로 준비됐고 고의적이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위헌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국가권력을 배제하려 했다는 점’을 얼마나 잘 입증하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국회를 통해 나오는 비상계엄 투입 군 장성들의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들은 내란죄 유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 10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서 “제가 전투통제실에 있을 당시 국회의원 150명이 모이면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고, 그 내용이 마이크가 커져 예하부대에 그대로 전파됐다. 해당 지시는 1차적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했다”고 진술했다.
#법조계 “100% 유죄 나올 직권남용죄”
검찰이 김 전 장관에게 함께 적용한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유죄가 거의 확실하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직권남용은 형법 제123조에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돼 있다. 대통령(공무원)이 군에 ‘국회 투입’ 등을 지시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 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설명이다.
직권남용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주목받은 혐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기소됐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는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지난 6월 “‘의무 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의미하는 것이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며 합헌 판단을 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 적용하면 국회 계엄군 투입 등은 헌법 등을 고려할 때 의무에 위배된다고 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관측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은 부수적으로 기소를 하면 무조건 유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도 “검찰이 내란죄로만은 수사할 수 없으니 직권남용도 포함시켜서 수사할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 판사는 “투입된 군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을 적용한다면 유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사건은 합의부(판사가 3명인 재판부)로 배당이 될 텐데 내란죄는 엄청난 중범죄기 때문에 판사들마다 고심을 하겠지만 직권남용은 어렵지 않게 재판부의 의견이 모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