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국민의힘 특검 반대 속 2차 체포영장 집행 초읽기…윤 대통령 결단 촉구 목소리 높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지난 1월 3일 1차 체포 시도 무산 이후 지난 1월 7일 체포영장을 재발부 받았다.
공조본은 2차 시도에서는 반드시 윤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와 1차 체포 집행 실패에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집행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특별수사단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등 4개청에 흉악범·마약사범 검거 등 강력범죄 수사에 특화된 베테랑 형사들을 포함한 경찰 주력을 총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0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지난 1월 3일 지원한 형사·수사관 120여 명의 8배 이상 규모다.
2차 집행이 임박해지자 윤석열 대통령 측은 말을 쏟아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공조본 출석 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이유로 공수처 수사의 불법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불법영장이고, 법원은 영장을 통해 ‘입법행위’를 하며 헌법을 위배해 위헌영장을 발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헌법기관이자 국가원수인 현직 대통령을 대규모 무력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체포하는 행위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는 진정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1월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회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서는 “우리는 정말 상상초월로 고립된 약자의 형태가 돼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체포는 피해가겠다는 듯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우회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체포영장을 청구할 단계면 어느 정도 증거는 확보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기소를 하라”며 “조사를 꼭 해야겠다면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라. 그 절차에는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참여해 적극 입장을 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눈초리가 가득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혀왔다. 헌재 탄핵심판에도 출석해 직접 변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막상 헌재 탄핵심판에 들어가고 사정기관 수사가 시작되자, 윤 대통령은 출석요구와 체포영장에 불응하고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숨어만 있다. 내란과 관련해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는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윤 대통령 내란 수사가 수사권 논란 등을 피해 제대로 이뤄지려면 특별검사가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내란 특검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막혀있다.
‘내란 상설특검’은 지난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에 따르면 상설특검의 경우 대통령이 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상목 대행도 특검 후보자 추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최 대행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법률위는 “내란 행위들이 유지되도록 사실상 업무를 방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1월 9일 최 대행이 특검 후보자 추천 요청을 않는 부작위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12월 12일 국회에서 가결된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최 대행은 12월 3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야당의 특검 후보자 추천권’ ‘과도한 수사규모와 수사기간’ 등으로 인한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들었다. 다시 국회로 넘어와 1월 8일 재표결을 한 결과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198표로, 2표가 부족해 자동폐기 됐다.
민주당 등 야6당은 곧바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대상에 윤 대통령 등 주요 인물들의 외환 행위·외환 범죄 혐의를 추가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등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이유였다. 대신 특검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야당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조항을 수정했다. 수사 인력과 기간도 축소했다.
민주당은 새로운 특검법에 정부여당이 반대한 문제 요소를 제거, 최 대행과 국민의힘이 특검법에 반대한 명분을 없앴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법이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1월 14일 또는 16일 본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행이 이번 내란 특검법은 수용할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추가적인 이탈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새 내란 특검법에 대해 “수사 범위가 무한정이다”라며 “압수수색 범위도 군사기밀보호법·국가정보원법상 제한을 모두 없애 국가안보와 국익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우려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미 정부여당은 윤석열 탄핵국면을 차기 대선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야당에 밀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본인들 생존을 위해서도 필사적으로 내란 특검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버티기, 여야 정쟁 등으로 인해 비상계엄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정국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한남동 관저 앞에는 탄핵 찬반 양측이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탄핵과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는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주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특급범죄자 김건희 즉각 체포’ 등이 적힌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구호를 외쳤다.
전광훈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과 신자유연대 등이 중심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자” “대한민국 지키자”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국회의원들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김기현 나경원 조배숙 등 의원 30여 명은 6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다. 직전 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을 자처하는 극우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도록 주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민주당은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영장 집행 때 의원들이 다수로 스크럼을 짜고 막으면 현행법 체포 가능하냐’ 질문해 오동운 공수처장으로부터 “영장 집행업무를 방해할 시 공무집행방해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행범 체포가 된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또한 김민전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안 발의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모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1월 1일 철야집회 중인 지지자들에 자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나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적었다. 이러한 메시지가 양 진영에 ‘선동 효과’를 줬다는 평가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본인의 안위를 위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기에 지금도 윤 대통령은 탄핵 사유를 쌓아가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