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에서 마약 중독 래퍼 역할 소화…인터뷰 통해 향후 활동 모색 의지 표현 관측
최승현이 12월 26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로 복귀했다. 캐스팅부터 드라마 공개 이후까지 줄곧 구설을 만든 그는 어색한 연기로도 혹평을 받았다. 대체 왜 최승현을 캐스팅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증폭한 가운데 당사자가 돌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나서 그간의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질타에 최승현은 “과한 반응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반성하고 후회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왜 굳이 인터뷰에 나섰는지를 되짚으면 의구심은 남는다. ‘오징어 게임2’로 복귀를 시도하고 공개적인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털고 가려는’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이유다. 대중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에 그의 바람처럼 배우와 가수로 예전처럼 활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마초 흡입 활동 중단했는데 ‘약 먹는’ 캐릭터
‘오징어 게임2’는 2021년 공개한 시즌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다시 참여한 이정재와 게임의 설계자 이병헌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게임에 나선 참가자들 가운데 최승현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래퍼 타노스를 연기했다. 명성을 이용해 무리를 이끄는 비열한 성격의 인물로 감정을 랩으로 표현하면서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는 악당이다.
타노스는 코인 투자에 실패해 목숨이 걸린 위험한 게임에 참가한 설정으로 겉으론 용감한 척하지만 사실 겁쟁이다. 목걸이에 숨긴 의문의 약을 시시때때로 먹은 뒤에야 용기를 빙자한 광기를 드러낸다. 극 중 타노스가 먹는 약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인물들의 대사와 상황을 통해 ‘신종 마약’으로 유추할 수 있다. 마약류를 흡입해 논란을 만들고 활동을 중단한 아이돌 스타에게 ‘약에 중독된 연예인 캐릭터’를 맡긴 셈이다.
최승현은 2017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적발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체 복무 도중 관련 혐의가 드러나 논란을 빚었고, 이후 재판을 받으면서 조용하게 빅뱅에서 탈퇴했다.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최승현의 상황은 ‘오징어 게임2’의 타노스와 상당 부분 겹친다. 마약류를 투약해 논란을 만든 연예인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로 캐스팅한 제작진의 ‘대담함’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에 연출자인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2’ 공개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지 몰랐다”며 “다시 뭔가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해 캐스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상황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비난이 잦아들지 않자 황 감독은 “작품을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공개된 드라마에서 최승현은 함께 출연한 이병헌과 이정재는 물론 박성훈과 노재원, 박규영 등 배우들과 비교해 수준 미달의 연기로 빈축을 샀다.
#왜 인터뷰에 나섰을까
최승현은 ‘오징어 게임2’의 공개를 앞두고 국내외에서 이뤄진 각종 프로모션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리스크를 품은 최승현을 굳이 작품 홍보에 활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대부분의 작품 홍보를 마무리한 지난 15일에서야 인터뷰에 나섰다. 취재진을 직접 만나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하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한편으로 ‘오징어 게임2’의 명성에 기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짚고 넘어가는 ‘숙제’를 끝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최승현은 이날 50명을 훌쩍 넘는 취재진과 시간별로 만나 “저의 실수로 마주한 지난 시간은 지옥처럼 어두웠다”고 돌이켰다.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자기혐오의 감정도 생겼다고 했다. 가족과 팬들에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솔한 행동들이 많이 후회된다”며 부정적인 여론 역시 “혹독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최승현은 이날 인터뷰에서 곧 발표할 새 음반에 관한 이야기와 빅뱅 멤버들에 대해서도 밝혔다. 인터뷰를 발판으로 향후 활동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말들이다. 최승현은 활동을 중단한 기간에 음악 작업에 집중했다면서 “음악을 할 때 숨통이 트여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할 뜻을 알렸다.
그러면서 최근 지드래곤과 태양, 대성 등 빅뱅의 멤버들이 다시 모여 음악 작업을 재개하는 등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멤버들과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빅뱅은 저에게 찬란한 추억”이라며 멤버들의 활동을 응원해 여지를 남겼다.
최승현이 ‘오징어 게임2’의 화제에 힘입어 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대마초 흡연에 따른 비난은 물론 ‘오징어 게임2’에서 보여준 비호감의 연기력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 이후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오징어 게임2’ 출연을 확정한 이후 과연 그가 세계적인 작품에 캐스팅되도록 힘을 쓴 인물이 누구인지를 두고 온갖 추측인 난무했다. 한때 최승현과 미술에 대한 공감을 나누면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가 캐스팅에 도움을 줬다는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이정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이병헌 역시 최승현 캐스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