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땅에서 흙 파낸 뒤 포장해 판매…“돈 들어온다” 젊은층 인기, 플랫폼서 완판행진

이 남성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은행 흙’을 판매하는 상인이었다. 그는 “아무데서나 흙을 파서 판매하는 게 아니고, 은행 흙임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은행을 요청하면 직접 가서 담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흙의 가격은 양, 은행 위치 등에 따라 최소 50위안(9900원)부터 최대 200위안(3만 9000원)이다.

2월 초부터 은행 흙을 팔고 있다는 한 상인은 “고객의 80% 이상이 젊은 사람들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념일 선물로도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들은 시중 주요 5개 은행 흙을 선호한다”면서 “이들은 은행 흙이 돈의 기운을 불러온다고 믿는 것 같다. 행운의 부적처럼 집에 보관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상인은 ‘맞춤형 전략’을 준비 중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은행과 시간대에 맞춰 흙을 채취해 파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고객들과 직접 은행으로 가서 흙을 파는 이벤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그는 “흙을 어디에 배치해야 효과가 좋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 있다”면서 “안방, 거실, 현관 등에 각각 어울리는 흙의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은행 흙을 종종 구매한다는 한 40대 사업가는 “사업이 더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흙을 샀다. 내 소개로 우리 직원이나 다른 사업 파트너들도 많이 샀다”고 했다. 우한의 한 대학에 다니는 20대 여성은 “취업 공부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사줬다. 무척 기뻐했다. 꼭 뭘 믿는다기보다는 그냥 유쾌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상술에 불과하다거나 심지어는 사기라고 지적한다. 한 대형 은행 임원은 “나뿐 아니라 직원들도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은행 안이 아니라, 밖의 흙을 파가는 거라 문제를 삼기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장사꾼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에선 은행 내부의 땅에서 파낸 흙이 고가로 팔리기도 한다. 내부 직원으로부터 직접 부탁해 얻은 흙을 팔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은 흙을 외부로 건네준 직원에 대해 자체 징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은행 임원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흙을 돈 받고 넘겨준 것 자체가 문제다. 은행원으로서의 품위를 어겼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은행 흙을 파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난 법률사무소의 푸젠 변호사는 “다른 흙을 마치 은행 주변 흙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은 당연히 사기”라면서 “은행 흙이 마치 행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기로 볼 여지가 있다.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현행 중국 광고법에 따르면 시장 감독 당국은 미신적인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게시하는 상인에 대해 광고 게시 중단 명령 또는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영업을 불허할 수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러한 광고에 대해 계정 차단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
푸젠 변호사는 은행 흙이 ‘도시 녹화 조례’를 어겼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계획적으로 조성된 용지의 성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흙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것은 도시 경관과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 당국은 은행 흙을 파는 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 경본 법률사무소의 롄다 변호사는 “은행 입구, 주변의 토지나 녹지대는 일반적으로 시나 국가 소유다. 따라서 이를 파괴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판매자가 은행에 속한 화단이나 화분에서 흙을 퍼갔다면, 이는 절도 혐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롄다 변호사는 “일반 흙을 마치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파는 것은 허위 광고와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 역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는 판매인뿐 아니라 플랫폼에 대해서도 구입가 최대 3배 이상의 배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블로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은행 흙을 사는지 믿기 어렵다. 왜 젊은 사람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신에 빠지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플랫폼의 감독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이런 허위 광고를 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왜 방치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