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마신 남편 ‘세살 수준 지능’ 퇴행…남편 회복 과정 동영상으로 올려 인기 ‘왕홍’ 등극
2023년 3월 26일 허베이성 창저우시 쑤닝현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지역 소방구조소 상근부대장이었던 쿠쉐후이도 현장에 투입됐다. 쿠쉐후이는 어린 아이가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듣고, 지체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다. 쿠쉐후이는 아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자신이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어 아이에게 씌운 뒤 함께 빠져나왔다.
아이는 무사했지만 쿠쉐후이는 유독가스를 너무 많이 흡입해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퇴원한 쿠쉐후이는 며칠 뒤 정신을 잃었다. 쿠쉐후이는 중독성 뇌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쿠쉐후이 지능은 세 살 수준으로 돌아갔다. 쑨레이는 “남편이 쓰러진 후 나 그리고 가족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쿠쉐후이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또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쑨레이는 “처음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다. 보름 정도 지나면 회복될 줄 알았다. 의사들에 따르면 유독가스에 중독된 후 급성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온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쿠쉐후이의 멍한 눈빛은 계속됐다. 친척과 동료들이 병문안을 와 그를 불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자녀들의 부름엔 어렴풋이 반응을 했다고 한다. 쑨레이는 “남편은 홀로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에겐 두 아들이 있었다. 남편 그리고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고 했다. 쑨레이가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처음엔 의사에게 회복 상황을 알리기 위해 촬영을 했다. 그리고 ‘소방관 영웅’에게 관심을 보여줬던 네티즌들에게도 안부를 전하고자 했다. 매일 남편의 변화와 재활을 찍어 올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구독을 할 줄 몰랐다. 아무런 장비도 없었고, 편집 기법도 없다. 휴대전화로 찍어서 올렸을 뿐이다.”
쑨레이는 우선 가장 간단한 숫자부터 가르쳤다. 쿠쉐후이가 간단한 단어를 말할 때마다 가족들이 놀랐고, 많은 구독자들이 열광했다. 2023년 12월 쑨레이는 사과를 들고 물어뜯는 시늉을 한 뒤 “이것이 뭔지 알아”라고 물었다. 남편은 간신히 입을 벌려 “사과”라고 말했다. 쑨레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맞다. 정말 대단해”라고 소리쳤고, 이 영상은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것 중 하나다.
쑨레이는 격주로 치료를 위해 남편을 데리고 베이징을 오갔다. 이곳에서 쿠쉐후이는 매번 200개 이상의 침을 맞았다. 그때마다 쿠쉐후이는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쑨레이는 남편을 안아주며 달랬고 “어떠한 일이 닥쳐도 나는 영원히 지킬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쑨레이는 남편을 돌보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하루 수면 시간은 길어야 2시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남편 옆에서 쪽잠을 잤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손에 줄을 묶어 자신의 손과 연결, 남편이 줄을 당기면 언제든 일어나야 했다. 쿠쉐후이가 밤에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80cm가 넘는 장신의 쿠쉐후이를 부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쑨레이는 남편을 데리고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져 허리를 다쳐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쑨레이는 치장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길었던 머리를 잘라 남편처럼 짧게 깎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쑨레이가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남편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용변을 가릴 수 없는 쿠쉐후이에게 기저귀를 채우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쑨레이는 쿠쉐후이에게 “당신은 영웅”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려줬다. 쑨레이는 “남편의 병세가 회복이 될 것 같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반복했다. 힘든 나날이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쑨레이는 남편 치료와 재활을 위해 전국을 다녔다.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쑨레이는 “소방관으로 일할 땐 바빠서 어디 다닐 수가 없었지 않느냐. 이제 이렇게 세상을 볼 수가 있으니 또 다른 행복”이라고 답했다. 이런 쑨레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당신도 영웅”이라고 격려했다.
600일 넘게 치료를 받은 쿠쉐후이의 지능은 이제 중학생 수준으로 회복됐다.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서 웬만한 일은 혼자 처리할 수도 있다. 쿠쉐후이는 얼마 전 동영상 계정에 상품 링크를 걸어 홍보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몇몇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남편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를 본 쑨레이는 “나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수입원이 필요할 뿐이다. 이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 남편이 부상을 당한 후 모든 외부 기부금을 사양했고 내 노력으로 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직장이 있을 때엔 모든 브랜드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됐고, 이것은 정당한 내 노동의 대가다.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쑨레이는 “동영상 플랫폼이 나처럼 밖에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열어줬다. 나를 믿고 구매한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상품을 소개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쑨레이는 “열심히 일을 해서 첫 집을 사고 싶다. 또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고 했다.
쑨레이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혼자 지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는 “내 동영상 구독자들은 마치 친정 식구들 같다. 이렇게 수백만 명까지 늘어날 줄 몰랐다”고 했다. 쑨레이는 최근 영상에서 “남편이 나와 아들에게 항상 미안해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런 상황이 닥쳐도 똑같이 아이의 목숨을 살리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는 우리 가족의 슈퍼 히어로”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