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 등 중점 사업 선정하고 대대적 지원…루게릭·알츠하이머 등 의료 분야 연구 적용 기대

비슷한 시기 베이징 경제정보화국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혁신 발전 가속화 행동 방안’을 공개했다. 약칭 ‘베이징 행동 방안’으로 2025년부터 5년간 추진한다. 이에 따르면 2027년까지 선도기업 3~5개, 혁신형 중소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삼았다. 상하이 과학기술위원회도 ‘뇌-기계 인터페이스 미래산업 육성 행동 계획’을 선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상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정책과 경제발전의 분야로 끌어들였고,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고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행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한 전문가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1924년 뇌파의 정체가 밝혀졌고, 1973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념이 처음 제안됐다. 21세기 들어 많은 국가들이 앞 다퉈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면서 발전이 가속화됐고, 중국도 그중 하나였다. 뇌 신호 수집 경로에 따라 침습식(대뇌 피질 내)과 비침습식(뇌 외부)로 나뉘는데 지금까진 주로 비침습식이 많았지만 앞으론 침습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2021년 9월 ‘뇌 과학 및 유사 뇌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향후 중국 뇌 분야의 주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2024년 공업정보화부 업무보고에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가장 중요한 미래 산업이라고 적시했다. 2024년 7월 공업정보화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표준화 기술위원회 설립방안을 공고하기도 했다.
공업정보화부 기술위원회 자문위원인 저우밍쯔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제 탐색기에서 실행기로 전환됐다. 국가는 거시적 차원의 기술 연구 및 산업 배치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방에선 기술의 응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베이징 행동 방안’은 의료, 산업안전, 교육, 스포츠, 스마트 생활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시범 응용했다. 국가신경계질환의학센터 산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센터 부주임 양이는 “과학책에서만 봤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빠르게 구현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의사로서 의료 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상하이 행동계획’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제품 생산 가속화, 임상 및 응용 추진 등 실제적인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은행이나 병원이 있다면, 시 차원에서 계획을 세우고 관련 기업의 상장 및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은행에 맞춤형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상하이의 구상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전문가인 타오후는 “상하이는 이 분야에서 중국 1위 그룹에 속해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도시”라면서 “특히 병원들이 이 정책으로 연구 및 임상을 하는 데 큰 혜택을 받았다. 실험실에서 임상 및 응용까지의 모든 과정을 비용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 이는 제품 생산의 가속화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업계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최대 응용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환자 진료와 치료는 물론 재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점친다. 업계에선 2030년 시장 규모가 2900억 위안(57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미 몇몇 대형 병원은 환자에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심어 치료하는 임상을 진행, 좋은 결과를 거뒀다.
2025년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비가 전국 10개 센터에 설치, 최대 50건의 이식 수술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장비는 한 의료기기 회사와 칭화대학교 생물의학공정원이 합작으로 만든 것이다. 칭화대학교 관계자는 “빠른 시일 안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루게릭병, 우울증, 간질, 알츠하이머 병 등 뇌 질환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기기업체 뇌호테크는 1월 2일 화산병원, 텐차오 뇌과학연구원 등과 손잡고 침습형 뇌 제어 스마트 기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험 결과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운동, 언어 등에 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능력이 거의 정상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기기가 큰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데이터 전송과 충전 등이 모두 무선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기존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비들은 사람의 머리에 덮개를 씌우고, 여기에 전원과 데이터 선 등을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되는 장비는 선이 없다. 뇌호테크 측은 “3년 내에 모든 임상 실험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업정보화부 기술위원회 자문위원인 저우밍쯔는 “중국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등에 비하면) 아직 선두권은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면서 “임상 자원이 풍부하고 의료 기술이 높다는 것은 중국의 장점”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