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검찰의 강성 칼날 뒤엔 평검사회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검찰의 독립을 계속 주창해왔던 평검사들의 일관된 목소리가 송광수 검찰총장, 서영제 서울지검장 등의 암묵적인 지원하에 한층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
현재 검찰 내부에서 평검사회는 공조직이 아니다. 더욱이 지난 3월 초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사스럽다’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이래 평검사회의 입지는 극히 좁아졌던 게 사실.
하지만 평검사회는 지금도 여전히 ‘평검사회의’라는 이름으로 서울지검을 비롯, 전국의 각 지청별로 현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공식적인 조직이기에 일종의 친목 조직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이제는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도 평검사회는 공공연한 하나의 단체로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검사회의 발단은 김대중 정권 시절인 1999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잇따른 정치성 발언과 이에 대한 심재륜 고검장의 항명 파동이 평검사들의 불만을 촉발시키면서 단체행동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평검사들은 “더이상 검찰 조직이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며 ‘평검사협의회’ 설립을 구체화 하기에 이르렀으나, 당시 이원성 대검차장과 박순용 서울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의 적극 중재로 진화되었다.
이후 사시 합격자 수의 증가로 신세대 검사들이 대폭 늘어난데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 사태 이후 평검사들의 검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부쩍 커지면서 평검사회라는 화약고는 다시 한 번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권 교체기인 올해 2월15일 검찰 사상 처음으로 서울지검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전체 96명 가운데 90명이 참가한 이날 회의에서 평검사들은 “검찰총장 추천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장치로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개혁에 있어 신선한 목소리라는 여론의 긍정적 입장에 힘입어 이들은 향후 분기별로 ‘평검사회의’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기도 했다.
평검사회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지난 3월9일 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당시 대통령과의 토론으로 평검사들은 손해를 많이 봤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오히려 평검사들을 더욱 뭉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평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토론회 대표를 선발하면서 우리들은 일부러 대통령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을 뽑고자 했다. 권력 앞일수록 더욱 더 주눅들지 말고 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꼴이 됐지만, 미숙한 우리의 대응 방식이 또한 평검사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 내에서 평검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층은 사시 30~35회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회를 사실상 처음 꺼낸 곳은 서울지검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검사들의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결속력이 생각보다는 그리 끈끈하지 않다는 평이다.
반면 서울 동부지청의 평검사회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상당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만큼 목소리도 더 강경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40여 명 정도의 알맞은 숫자인데다, 원래 다른 지청에 비해 동부지청 검사들의 자부심이 높다는 것.
한 평검사는 “현재의 분위기상 평검사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결연한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검찰 내부에 퍼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내부 통신망에 ‘제가 검사를 그만두는 이유’의 글을 통해 현 정부의 무원칙과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사표를 던진 박준선 전 검사의 사례는 평검사의 소신있는 행동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검사들은 평검사회를 지나치게 경직된 조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평검사는 “한때 평검사회를 상설기구화 하자는 얘기도 있었으나, 자칫 ‘검찰 노조’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며 “지금 상태로는 그냥 평검사들의 토론장 내지는 회의 형태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부결…국민의힘, 안철수 제외 전원 퇴장
온라인 기사 ( 2024.12.07 17: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