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후보 달라도 널 사랑해” 됐거든~
▲ 영화 <원데이>의 한 장면. |
정말 연애나 결혼을 할 때 정치적인 관점이 전혀 달라도 괜찮은 걸까. 영미권 과학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를 중심으로 정치적 성향에 따른 배우자 선택 및 성문제를 살펴봤다.
올미국의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온 폴 라이언. 10년 전 결혼했는데 놀랍게도 부인은 골수 민주당 집안 출신이다. 그래도 둘은 아이를 셋이나 낳고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당선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민주당의 선거전문가 제임스 카빌의 아내 메리 매털린은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였다. 대선을 치르기 전 둘은 결혼에 골인했고 당시 언론은 ‘적과의 동침’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부부는 매우 적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령 성격이나 환경이 전혀 다른 사람하고는 결혼하더라도 정치적 관점이 다른 이를 일생의 반려자로 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네브래스카 링컨 대학 존 히빙 정치학 교수가 최근 <정치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배우자를 택할 때 정치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고른다. 이는 미국의 5160쌍 부부를 알아본 결과로 77%의 부부가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히빙 교수는 부부 간 성격, 키나 생김새와 같은 외모, 수면시간, 흡연 여부, 종교 유무, 정치적 성향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부부 간에 성격이나 외모, 수면시간보다 정치적 성향의 유사성이 두드러지며 이런 경향은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로가 각기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하루에 잠을 많이 자는지 아닌지는 정치적으로 보수인지 진보인지보다 배우자 선택 시 영향을 덜 미친다.
그러니까 결혼 전 정치적 성향이 비슷해야 배우자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분배와 성장 중 어느 가치를 더 중시하는지, 증세에 대한 찬반, 동거 및 낙태에 대한 찬반,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지지 여부에 관해 의견이 같아야 부부의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강경파는 강경파를, 온건파는 온건파를 택한다. 이를테면 강경 보수파는 보수파 중에서도 강경 보수파를, 온건 보수파는 온건 보수파를 배우자로 택한다. 진보도 마찬가지. 한마디로 끼리끼리 노는 셈이다. 히빙 교수는 부부 간 정치적 성향의 유사성을 ‘부부의 강한 정치적 유대’라 표현하고 있다.
혹시 부부가 오랜 기간 같이 살았기 때문이거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치관이 비슷해져 처음부터 정치적 사고방식이 동일한 사람을 골랐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답은 노다. 살다보니 정치적 성향이 어느 순간에 일치하게 된 게 아니라 맨 처음 사귈 때부터 정치적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다. 연구대상이 된 부부 중 장기간 같이 살아서 정치적 성향이 똑같아진 이는 약 10%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배우자 선택을 하는 요인으로 히빙 교수는 부모의 정치적 성향을 들고 있다. 한 사람이 성장기를 거쳐 정치적 성향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부모는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성인이 되면 부모의 정치적 성향을 그대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부모가 좌파라면 아이도 좌파가 되고, 우파라면 우파가 될 확률이 높다.
이미 정치적 성향이 굳어진 나이에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만 찾게 되는 것이다. 정치성향보다 덜하긴 하나 원래 배우자를 택할 때 사람들은 성격이나 외모를 비롯해 흡연 여부나 종교 유무, 교육 및 경제수준이 비슷한 이를 찾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세대가 바뀌어도 정치적 성향은 그대로인 정치적 양극화 현상도 일어난다. 한 집안의 정치성향이 대물림되는 것. 많은 정치학자들은 근래 20~30여 년간 이런 추세로 인해 정치가도 이전보다 더욱 분명하게 좌우파로 나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슈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언론이 표방하는 정치적 노선도 점점 더 확실하게 갈리고 있다.
한편 정치적 성향과 섹스 쾌감도 연관이 있다. 올 초 미국의 싱글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빙햄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보수주의자라 말한 사람들은 자기가 진보주의자라고 한 사람들보다 성적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여성이 그러하다. 전체 보수주의자 여성 중 53%가 섹스를 할 때마다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반면 진보주의자 여성 중에서는 40%만이 섹스 때마다 오르가슴에 달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대개 성에 보수적이고 엄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에 대하여 성관련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킨제이 연구소에서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며 동시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침실에서 확실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번 오르가슴을 느끼면 첫 오르가슴을 느꼈을 때의 성적환경, 상상력을 줄곧 고수하여 섹스 때마다 효과를 발휘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