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편차 적은 ‘뚝심형 추입마’ 주목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무엇보다 선행을 나서면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입상권에서 버텨내던 흐름이 이제는 거의 다 실패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목해야 할 중대한 변화다. 예년의 경우에 비쳐보면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잘알다시피 겨울 경마는 기록이 느리다. 때문에 중간이나 후미에서 따라가면서 힘을 아꼈다가 막판에 대시하는 말, 즉 추입마가 선전하는 경우가 좀더 많다. 올해에는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찾아왔다. 주로도 그만큼 빨리 변화를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겨울 경마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린 기록과 추입마의 득세다. 그렇다면 베팅하는 입장에선 어떤 말을 노려야 할까. 당연히 추입마가 그 대상이 되겠지만 실전에서 이를 한눈에 알아보기는 어렵다. 추입마도 선행마처럼 빠른 스피드로 따라붙는 말이 있는가 하면 꾸역꾸역 뛰는 뚝심형 추입마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보다 겨울주로에선 후자의 경우가 더 메리트가 있다. 평소에는 특징없는 말로 치부되는 이런 말들이 겨울주로에선 어부지리로 입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기록이 빠르게 작성되는 여름이나 가을엔 꿈도 못꿀 일이지만 기록이 느린 겨울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말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입상하면 고배당이 터진다.
그렇다면 힘이 좋은 추입마를 골라내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최근 경주들을 잘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감’은 잡을 수 있다. 기록의 편차가 심하지 않은 말들, 그리고 외곽으로 선회했을 때나 몸싸움을 했을 때도 자기기록을 꾸준히 뛰어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겨울주로는 주파기록이 평소보다 보통 1초 안팎, 심하게는 3초 안팎까지 느리게 작성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기록으로 경주를 분석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최고기록이 다소 느리더라도 편차가 적고 뒷심이 좋은 말이라면 고정관념을 깨고 베팅권에 넣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겨울 경주로와 관련해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인코스가 아웃코스보다 훨씬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보통 주로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많이 불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 바람이 불면 경주로의 모래가 안쪽으로 조금씩 쓸려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안쪽에 상당한 모래가 쌓이게 된다. 심한 경우는 육안으로 봐도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실제로 모래 두께를 재보면 제법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물론 마사회에선 경주로 정지작업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런 흐름은 해마다 겨울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기 때문에 올해도 예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눈이 내린 다음에는 인코스가 더욱 극단적으로 무거워진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인코스로 뛰던 강한 선행마들이 하루 종일 입상에 실패한 적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인코스가 무거워지는 순간을 잘 포착해내면 뜻밖의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체력 소모가 덜하고 경제적인 레이스가 가능한 인코스 말에 베팅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인코스로 경제적인 주행을 할 말보다 외곽에서 꾸역꾸역 뛰면서 앞선을 위협하는 추입마에 베팅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낼 수만 있다면 올 겨울 내내 행복한 마요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시용 프리랜서
지난 12월 초에 마사회가 도입한 씨수말 록하드텐(Rock Hard Ten)은 어떤 말일까. 록하드텐은 한국마사회가 혈통, 경주성적, 교배료 등 통계자료를 근거로 도입하던 그동안의 방식을 깨고, 최초로 유전자형 분석을 통해 선발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서울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2010년부터 유전자형과 경주능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경주마의 후대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봤다. 이번 분석해서 록하드텐은 국내 적합성과 거리 적성을 나타내는 유전자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록하드텐은 혈통적인 평가도 우수하다. 북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명문으로 평가받는 턴투(turn-to) 집안의 마필이다. 할아버지 로베르토는 2세 때 아일랜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으며 3세 때는 엠섬 더비에서 우승했다. 은퇴한 후에는 씨수말로 성공한 자마들을 많이 배출했다.
아버지 크리스에스도 그 가운데 하나로 브리더스컵 우승마를 무려 다섯 마리나 배출했다. 또한 저 유명한 선데이사일런스는 록하드텐의 종조부다.
록하드텐의 현역시절 성적도 화려하다. 총 11차례의 경주에 출전해 7승, 2위1회, 3위1회를 기록, 모두 9번을 3위 이내에 입상했으며 총 수득상금은 187만 380달러(약 19억 원)에 달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2004년 말리부 스테이크스 우승을 포함, 최고 등급(G1)의 경주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삼관경주의 하나인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선 지난주에 소개한 바 있는 불굴의 명마 스마티존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마티존스는 국내에서 명마로 성장한 스마티문학(휴양중)의 아버지다.
록하드텐은 현재 11세의 나이로 은퇴 후의 씨수말 성적도 우수하다. 스테이크스 우승마를 13두나 배출하면서 총 수득상금이 940만 달러다. 출주한 자마들은 중장거리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록하드텐은 KRA제주목장에서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1년 뒤에 첫 자마가 나올 전망이지만 자마에 대한 기대치는 벌써부터 높은 편이다. 혈통으로 볼 때 턴투 가문의 자마들은 2세 시절부터 잘 뛰어줬고, 이미 거론했다시피 중장거리에서 더 나은 적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대기만성형보다는 조숙형이 더 인기가 높고, 상위군에 올라갈수록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위주로 경주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자마들은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