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은 위헌, 경고성·호소형이라 볼 수 없어…부정선거론 등 윤석열 측 주장 하나도 인정 안 돼

우선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국회의 이례적인 탄핵소추 추진, 일방적인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시도 등 전횡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취임 후 계엄 선포 전까지 국회는 행안부 장관, 검사,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등에 대해 총 22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면서 “법 위반 의혹에만 근거해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시의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는 “국회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를 ‘경고성·호소형 계엄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군경을 동원해 국회 권한행사를 방해하는 등 헌법 위반행위로 나아갔기 때문에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계엄선포는 비상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했다.
계엄 전 국무회의 개최 여부와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서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계엄 선포 정당성과 적법성이 부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시점에 이미 탄핵심판 결론이 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는 계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공포한 포고령 1호 역시 윤 전 대통령의 헌법 위반 주요 포인트로 봤다. 포고령 1호엔 정치활동 금지, 여론조작 및 허위선동 금지, 언론 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본업 미복귀 의료인 처단 등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포고령 1호에 대해 “계엄에 필요한 형식이었을 뿐”이라는 취지 주장을 해왔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고,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 지시를 했다”면서 “경찰청장에게 계엄사령관을 통해 이 사건 포고령 내용을 알려주고 직접 6차례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했고, 국회로 모이고 있던 국회의원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체포 리스트’에 대한 내용도 국회 군경 투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방부장관은 필요 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 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고, 방첩사령관은 국정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면서 “국회의원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정당활동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해 군인이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든 점을 짚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오락가락 증언’으로 논란 중심에 섰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을 모두 ‘진실’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이 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하도록 한 것이 법 위반 판단 주요 근거가 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근거로 주장했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해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으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서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피청구인의 (부정선거 의혹 관련)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필요 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다”면서 “그 대상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는 현직 법관들에게 언제든 행정부에 대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는 압력을 받게 한다”고 봤다.
헌법재판소가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쟁점을 부각하며 적극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며 헌법 수호 의지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계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누가 봐도 계엄 선포는 불법”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있어선 윤 전 대통령 진술이 엇갈렸던 점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종합적이면서도 상식적으로 주요 쟁점을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