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극단적 사례 보도하면 특정지역 전체 가격으로 착각…일부 연예인 성공 스토리도 착시 불러
수도권에 사는 한 지인은 뉴스를 보고 인천시 연수구 송도 A 아파트를 사러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최근 송도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는 소식에 해당 아파트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가봤지만 핀잔만 들었다.

뉴스를 통해 안 사실과 현실은 왜 이렇게 다를까. 언론이 극단의 사례를 보도하고 뉴스 수용자들은 이를 전체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모든 송도 아파트 가격이 대폭락한 것처럼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아파트가 송도 전체 아파트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송도 아파트값이 27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반 토막 거래는 아주 극단적인 사례다. 하나의 이례적인 사례를 확대 포장하는 위험성이 있는 셈이다.
언론은 극단 사례를 좋아한다. 같은 날 한 언론사는 ‘한 달 새 집값 3억 원 하락’, 다른 언론사는 ‘한 달 새 집값 5억 원 하락’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고 하자. 이 경우 ‘집값 5억 하락’이 훨씬 취재를 잘한 기사로 인정받는다. ‘집값 3억 하락’을 쓴 기자는 괜히 낙종한 것 같아 주눅이 든다. 어차피 두 기사는 한두 개 아파트단지에서 일어난 드문 사례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뉴스만 보면 세상에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뉴스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수십 번 망했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하우스푸어 사태가 극심했던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홍콩에서 한 투자자가 찾아왔다. 한국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봤는데, 싼 빌딩 매물을 매입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많이 하락했지만 빌딩은 그렇지 않았다.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파트만큼 싼 매물이 없었다. 빌딩시장은 아파트시장에 비해 하방경직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다달이 임대료를 받고 있으니 건물주인 입장에서 굳이 급히 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빌딩은 기업들이 심한 자금난을 겪거나 부도 사태가 났을 때 급매물이 나온다. 2012년은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빌딩을 급히 팔 정도로 나쁘지 않아 아파트시장과 따로 놀았던 것이다. 부동산 뉴스가 아파트 중심으로 집중 보도되다 보니 한국 전체 부동산이 급락한 것처럼 오해가 생긴 셈이다. 결국 인천 송도나 홍콩 투자자의 사례에서 보듯 뉴스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과잉 일반화의 오류’가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
연예인의 부동산 성공 스토리 역시 또 다른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예인이 빌딩을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더라’ 식의 보도를 흔히 접한다. 연예인은 부동산 투자를 하면 항상 성공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연예인은 쇼핑몰에 투자해 손해를 본 사람도 있고, 수도권에 중대형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받아 10년 넘게 본전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실패보다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에 눈길이 간다. 연예인의 성공 스토리가 계속 뉴스를 타면서 연예인은 족집게 투자자 혹은 미다스의 손으로 과대 포장된다. 이 과정을 통해 ‘연예인 부동산 투자=대박’이라는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 편향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시장흐름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다리품이 필요한 것 같다. 책상 위보다 현장이 더 정확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