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투자’ 손쉬운 재산증식 방법이지만 비정상적 거래 쏠림 현상…자산은 부동산·금융 적절한 분산 바람직

복잡한 사고를 꺼리는 요즘일수록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주택인 아파트는 그 가치를 발휘한다. 돈이 있으면 이것저것 신경 쓰거나 복잡한 권리분석을 할 것도 없이 그냥 아파트를 사놓으면 된다. 아파트는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통조림을 사듯이 간단하게 살 수 있는 범용상품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아파트 투자는 범부나 필부도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재산 불리기 방법으로 애용된다. 지능지수(IQ)가 100이든, 150이든 성공에 큰 차이가 없다. 대도시 더블 역세권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만 사면 낭패당할 일이 없다. 남향이든 북향이든, 1층이든 꼭대기 층이든 기준층에서 일정 금액을 가감하면 된다. 가격 산정이 그만큼 간편하다. 이런 투자경험은 학습효과를 통해 강화된다.
요즘은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토지나 상가를 많이 사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와 부동산을 동일시하는 ‘아파트 프렌들리 세대’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부동산시장의 핵심세력으로 떠오르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퇴직을 앞둔 50~60대는 어떠한가. 과거에는 퇴직이후 머니 파이프라인으로 신도시 점포 겸용 주택이나 꼬마빌딩을 사는 것을 일종의 로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침체로 공실 가능성이 높은 데다 관리의 번거로움으로 투자를 꺼린다. 투자 트렌드가 확 달라진 것이다.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에 투자하려고 해도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세입자를 찾지 못해 투자하기가 여의치 않다. 차라리 속 편하게 입지 좋은 아파트나 사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만 편식하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된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거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 거래 64만 2576건 가운데 아파트 거래량이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보다 지방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 비율이 더 높았다. 대구와 광주는 전체 거래량의 90.5%에 달했다.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을 적절히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부동산보다는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스 피케티는 자신의 책에서 “많은 국가에서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8%, 부동산과 채권 투자 수익률은 3~4%정도”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부동산보다 두 배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알면서도 막상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요동치는 금융시장 탓에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금손실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일부에선 “투자한다고 머리 써봐야 결정적 위기 때 다 날리고 만다”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불신과 기피 증세까지 보인다. 자연스럽게 “속 편한 건 아파트만 한 게 없다”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었기 때문인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파트 시장을 기웃거린다. 이런 경향은 금융지능이 낮은 고령자일수록 심한 것 같다.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0.8%에 불과했다. 그사이 아파트가 대거 지어졌다. 2000년(47.8%) 아파트 비중은 절반 약간 모자라더니 2016년에는 60.1%로 높아졌다. 2023년에는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64.6%에 달한다. 아마도 수년 내에 70%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부침은 있겠지만 복잡한 것을 꺼리는 귀차니즘 시대에 아파트는 간단한 투자 방식으로 계속해서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