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신혼집 ‘아파트’ 고집 등 30대 매입 비중 최고…곧 전체 주택의 70% 도달할 전망

아내 배혜진은 아파트를 고집하는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거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한 MZ세대는 결혼을 해서도 아파트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교외의 널찍한 단독주택보다 도심의 아파트살이를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주거생활로 생각한다.
MZ세대는 도심 콘크리트 속에서 성장해 전원의 쾌적함보다 도심의 편리성을 추구한다. MZ세대의 핵심 축인 30대(주로 밀레니얼 세대)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우자가 있는 30대 가구 중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58.9%로 전 연령대 평균 48.2%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바쁘게 산다. 이 세대는 관리가 어렵고 동선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원이 딸린 저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압축 공간으로 가사 노동을 최소화한 효율적 공간인 대단지 아파트를 꿈꾼다. 단독주택살이 경험이 있는 윗세대와는 주거 공간의 소비 패턴이 다른 셈이다.
실제로 요즘 젊은 층은 ‘항동 피크닉’의 아내처럼 결혼 때 아파트살이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30대들은 내 집 마련하면 아파트를 떠올린다.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리지 않을 바에야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자기 부모 세대는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에서 신혼을 시작했지만, 이들은 유독 아파트를 고집한다. M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도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아파트 키즈’가 많다. 공간 욕망은 자기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아파트와 부동산을 동일시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 그래서 토지나 상가 등 다른 부동산에는 관심이 없다. 아파트 한 채 사고 나머지는 코인이나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다른 세대보다 아파트 편식이 그만큼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요즘 아파트시장에서 MZ세대는 막강 파워를 드러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49만 2052채 중 30대 매입 비중은 26.6%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년 연속 40대를 앞선 것이다. 특례 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각종 정책 자금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가 주택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니 아파트만 집중적으로 거래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유형별 매매 현황을 보자. 지난해 주택 매매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76.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90%를 훌쩍 넘었다. 세종(96.3%)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90.5%)에서 두드러지게 높았다. 거래 침체에도 아파트만 압축적으로 거래된 셈이다. 아파트는 다세대나 빌라 등에 비해 거래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만큼 환금성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요즘 MZ세대는 시골 읍면에 살아도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이 아니라 아파트에 살려고 한다. 아파트살이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교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아파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 아파트는 MZ세대뿐 아니라 그다음 세대인 알파세대(2010년대 초반~2020년대 중반 출생)에게도 친숙한 주거 공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아파트는 2023년 기준 1263만 채로 총 주택의 64.6%를 차지한다. 택지지구나 신도시에 짓는 집은 대부분 아파트다. ‘아파트 공화국’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견해에도 아파트 비중이 곧 70%에 도달할 전망이다. 로제의 ‘아파트’ 노래가 유행하는 것도 요즘 시대 주거 문화를 그대로 투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