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대 연구팀 쥐실험, 장내 독성물질 생성 확인…특정 대장균과 저탄고지 식단 결합시 대장암 위험 극적 상승

미국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7%인 2300만 명이 저탄고지 식단을 따르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 가지 이상한 변화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년 간 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대장암 발병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대장암 진단 건수는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2023년의 경우 미국에서는 50세 미만 인구 가운데 약 1만 9550명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럼 대체 저탄고지 식단과 대장암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핵심은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깨진다는 데 있다.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속하면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 장내 독성 물질(콜리박틴)의 생성이 촉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대장균 박테리아 가운데 특정 균주가 번성하고, 이에 따라 콜리박틴이라는 독소가 다량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리박틴은 대장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비정상적인 조직, 즉 용종 형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렇게 생긴 용종은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토론토대학교의 면역학 교수인 알베르토 마틴은 “대장암은 오래 전부터 식단, 장내 미생물군, 환경, 유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면서 “우리가 궁금했던 건 식단으로 인한 특정 대장균의 변화가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특정 대장균(이콜라이 NC101)과 저탄고지 식단이 결합할 때 대장암 위험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사용된 쥐들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 저탄수화물 식단 또는 서구식 식단 가운데 하나를 제공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콜라이 NC101에 감염된 상태에서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들에게서는 콜리박틴이 다량 생성됐다. 실제 대장암 환자의 약 60%에서도 이콜라이 NC101 박테리아가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이눌린이라는 프리바이오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도움이 된다. 프리바이오틱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과 활동을 선택적으로 촉진하는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장 건강을 개선하고 소화 및 배변 활동을 도우며, 소화와 관련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마늘, 아스파라거스, 양파, 대파 등이 이눌린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들이다. 베리류, 렌틸콩, 견과류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역시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 대장암 위험을 낮춰준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대장암과 어떻게 정확히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정제 탄수화물(설탕, 흰빵) 역시 비만 등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탄자니아 사람들의 장수 비결…‘킬리만자로 식단’을 아시나요
‘기본으로 돌아가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지중해 식단은 대표적인 장수 및 건강 식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살코기 생선, 잎이 많은 녹색 채소, 아보카도나 올리브 오일과 같은 건강한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수 식단인 만큼 ‘블루존’으로 꼽히는 지역들과도 관련이 있다. ‘블루존’이란 만성질환 발생률이 낮고 90세 이상 장수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블루존’으로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그리스 이카리아섬, 일본 오키나와섬,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등이 있다.
그런데 혹시 지중해 식단에 버금갈 만큼 건강하고, 장수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최근 연구진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른바 ‘킬리만자로 식단’이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최근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탄자니아 사람들이 서방 국가들 사람들보다 훨씬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밀은 가공되지 않은 전통식 위주의 식단에 있었다. 식단은 오크라, 플랜틴(삶거나 구운 바나나류), 콩류가 기본이며, 여기에 발효 바나나와 조(기장)로 만든 음베게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킬리만자로 식단을 따르는 이 지역 남성들의 염증 수치가 현저히 낮고 면역 체계 역시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공식품을 거의 입에 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라트바우트 대학병원의 감염병 전문의인 키리인 드 마스트 박사는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전통 식품 섭취가 신체의 염증과 대사 과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서구식 식단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평균 연령 25세의 건강한 탄자니아 남성 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평소 킬리만자로 식단을 따르던 23명에게는 2주일 동안 소시지, 흰빵, 감자튀김 등 서구식 식단을 먹도록 했고, 평소 서구식 식단을 따르던 22명에게는 2주 동안 킬리만자로 식단을 따르도록 했다. 가령 옥수수, 오크라, 플랜틴, 강낭콩, 아보카도 등만 먹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서구 식단을 따르던 또 다른 참가자 22명에게는 평소처럼 먹되 일주일 동안 매일 음베게 한 잔을 마시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연구진은 킬리만자로 식단에서 서구식 식단으로 전환한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염증성 단백질 수치가 상승한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면역 세포 역시 병원균을 방어하는 능력이 감소했다. 서구식 식단이 ‘전신 염증과 대사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반면, 서구식 식단에서 킬리만자로 식단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정반대의 효과를 보였다. 심지어 연구 종료 후 4주가 지난 뒤에도 염증 수치는 여전히 낮았다. 이는 킬리만자로 식단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드 마스트 박사는 “염증은 많은 만성 질환의 근본 원인이다. 때문에 이번 연구는 서방 국가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신 통계에 따르면 탄자니아의 2022년 기준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0건으로, 미국의 10만 명당 445건보다 훨씬 낮다.
‘헬스 바이 사프나’의 영양사인 사프나 페루벰바는 탄자니아 식단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채소, 과일, 콩류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식단에는 유익균이 풍부한 김치나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발효 양배추)와 같은 발효 식품도 포함된다.
하지만 아직 탄자니아 자체를 ‘블루존’에 포함시키는 데는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킬리만자로 식단이 지중해 식단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듯 보이긴 하지만, 탄자니아인들의 기대 수명이 67세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중해 식단을 따르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평균 기대 수명은 각각 82세와 84세며, 미국의 경우만 해도 77세다.
이처럼 탄자니아가 공식적인 ‘블루존’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대수명 증가와 같은 추가적인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식단에 건강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익한 대안으로 점차 킬리만자로 식단을 포함시키고 있다.
킬리만자로 식단 실천법은 다음과 같다.
△플랜틴 대신 삶은 고구마나 찐 바나나를 먹어도 좋다.
△매일 소량이라도 발효식품을 챙겨 먹는다.
△고기 섭취는 주 2회 이하로 제한한다.
△생선이나 콩류에서 단백질을 섭취한다.
△흰쌀이나 흰빵 대신 통곡물(현미, 기장, 수수)을 먹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