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조성 시공 부분만 재발주 검토, 교통망 건설은 기존대로…2029년 12월 조기개항 차질 불가피
#발주 방식 변경 고민
지난 5월 8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4월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입찰공고상 정부가 제시한 84개월(7년)을 초과하는 108개월(9년)의 공사 기간을 반영한 기본설계를 제출한 것이 발단이다. 국토부는 국가계약법령상 기본설계 보완을 요구했지만, 현대건설은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려면 9년이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합동 TF는 지난 5월 13일부터 적정 공기 등을 추가로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발주 방식을 고민 중이다. 정부는 앞서 진행된 입찰 공고와 동일하게 설계와 시공을 일괄 진행하는 턴키방식으로 부지조성 공사 사업자를 다시 찾는 재입찰 공고를 낼 수 있다. 정부는 기존 발주 방식과 달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설계를 맡고 향후 시공 부분만 분리 발주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턴키방식과 분리 발주를 동일선상에 넣고 검토 중이다. 턴키방식은 발주처가 사업의 기간과 예산의 범위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사업자에게 모든 권한을 준다. 난도가 높거나 촉박한 공사를 정해진 기간 안에 해보라는 의미다. 턴키방식으로 재입찰을 진행하면 이미 고시한 기본 계획의 범위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4차례 턴키방식으로 발주했을 때 경쟁이 성립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국토부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공단이 설계를 하고 시공할 사업자만 찾을 경우 사업자의 자율성이 낮아진다. 때문에 최대한 업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입찰에 다시 참여할 수는 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토부의 향후 재입찰 공고가 어떻게 나올지를 본 후에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과 연결되는 철도, 도로 건설 사업은 일단 기존 입찰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가덕도신공항 접근철도 1, 2공구 건설 공사 입찰은 모두 입찰 경쟁이 성립됐다. 1공구에는 롯데건설 컨소시엄과 한신공영 컨소시엄이, 2공구에는 쌍용건설 컨소시엄과 극동건설 컨소시엄이 입찰 참가 자격 사전심사(PQ)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 각 컨소시엄은 기본 설계를 진행 중이다. 1공구는 7월, 2공구는 9월에 입찰을 마감하고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60개월(5년)이다.

가덕도신공항 접근도로 건설 공사 사업은 지난 5월 8일 5차 입찰 공고가 게시됐다. 1~3차 입찰 땐 입찰에 응한 사업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4차 입찰 땐 한신공영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했다. 11월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250일(6년 2개월)이다. 5차 입찰에서도 한신공영 컨소시엄만 입찰에 응할 경우 수의계약을 진행할지 다른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할지 고민하겠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개항에 맞춰서 교통망을 개통할 수 있게 향후 조정은 해야 한다. 다만 잘되고 있는 사업을 멈추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공항’ 우려 딛고 비상 가능할까?
가덕도신공항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 9000㎡(약 202만 평)에 공항시설과 항만 인프라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공항과 도로, 철도 등 부문을 합쳐 15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김해공항에선 심야 운항이 안 된다. 활주로 길이가 3200m라 발리 노선을 제외하곤 장거리 노선이 없다. 가덕도신공항이 지어지면 심야 운항이 가능하고 유럽과 미주 노선도 취항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2000년대 초부터 남부권 신공항 건설 논의가 이어져 왔다. 2002년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 민항기 김해 돗대산 충돌 사고’를 계기로 남부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됐다.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부권 신공항을 공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2009년엔 신공항 입지 조사에서 후보지로 가덕도와 경남 밀양시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역 간 갈등이 생기면서 2011년 3월 전면 백지화됐다.

가덕도신공항은 법적 토대가 마련되며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2021년 9월 국토부는 ‘제6차 공항 개발 종합계획’에 가덕도신공항을 포함시켰다. 2022년 4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는 부산 엑스포 유치 전략과 맞물려 2029년 말 가덕도신공항을 조기 개항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2023년 12월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월 13일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도 5월 14일 부산 지역을 찾아 제대로 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지역 균형 발전 등의 명분이 있었지만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컸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해상 공항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해 써야 하는 막대한 자금을 하나의 토건 사업에 투입하는 셈인데, 향후 공항의 수익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건설 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피해를 감당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