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반대 속 평택·이천시 새 후보지 추가…세 번째 연구용역 발주, 경기도 “해당 지역과 협의할 것”
#군 공항 이전 논란 속 추가 용역 추진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이 2월 중으로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진단은 2023년 8월부터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방안 수립연구용역’을 실시해 2024년 11월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3곳의 복수 후보지를 선정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배후지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다. 3곳의 후보지에 대해 지역적·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공항과 연계해 건설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이 결국 수원 군공항 이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의와 2014년 수원시의 이전 건의와 함께 시작됐다. 2017년 국방부가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하자 화성시와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백혜련 국회의원이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다시 갈등에 불이 붙었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홍근 도의원은 “이 상태에서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건 군 공항으로 같이 쓰겠다는 건데 사실 국제공항으로서의 수요가 마땅치 않다고 보기 때문에 결국 군 공항만 오게 된다고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들 모두 군 공항과 인접한 지역이며, 이는 군 공항을 합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독립적인 공항 수요에 따라 국제공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1차 용역보고서에서는 부적합했던 장소가 2차 용역 보고서에서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평가 기준과 결과가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차 용역 보고서에는 ‘경기 동부 지역은 용인, 이천 육군비행장 관제권에 해당하며, 특히 이천의 경우 공군 사격장으로 인해 비행 제한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임.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 수원, 오산, 평택비행장이 있어 공항 관제권으로 추가 공항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1·2차 용역 모두 동일한 연구기관(수원 소재 아주대 산학협력단)에서 수행했지만 1차와 달리 2차 용역 보고서에서는 이천·평택을 후보지로 지정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화성시의 반발이 거세자 후보지를 억지로 다시 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국제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용역사에서 새만금공항처럼 인근 군 공항과 공역이 겹칠 경우 통합 관제로 풀어나가면 된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후보지 평가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후보지를 선정했다”라며 “용역보고서는 공개가 안 됐지만 최종 보고 자료는 저희 홈페이지 자료실에 따로 공개가 돼 있다. 다만 용역 보고서를 추후 공개할지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이천시와 평택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개발 계획이 나오지 않은 만큼 찬반 입장을 내놓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사전에 후보지 지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따로 입장은 없다”라며 “경기도에서 새로 발주한 용역 결과와 구체적인 개발계획, 인센티브 내용까지 확인하기 전에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평택시 관계자 또한 “후보지로 언급된 지역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며 “공항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방향을 정할 수 없다. 추후 시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성시는 경기국제공항 건립이 수원 군 공항 이전과 연계될 경우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성시 관계자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결국 수원 군 공항 이전과 따로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현재도 화성시 일부 지역이 수원 군 공항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데, 공항이 화성으로 이전될 경우 시민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수원 군 공항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는 것은 찬성하지만, 화성으로 오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적자 공항 우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인천국제공항(5325억 원), 제주국제공항(606억 원), 김해국제공항(369억 원), 김포국제공항(360억 원) 4곳뿐이다. 지자체들이 정확한 수요 예측과 사업성 평가 없이 지역개발이란 명분으로 무리하게 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적자 공항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국제공항 역시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객 수요와 물류 수요 모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북부는 김포·인천 공항이 가깝고 경기 남부는 청주·서산 공항과 가까운데 굳이 여객 수요를 분산할 이유가 없다. 일본 도쿄의 경우 나리타 공항이 도심에서 40~50km 떨어져 있어도 충분히 기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김포·인천공항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까지 공항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화물은 부피로 값을 매기는데 반도체가 계속 소형화되고 있고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때문에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많아진다. 인천공항이 계속 확장 중인 상황에서 경기국제공항이 지어진다고 해서 물류 수요가 충분히 생길 가능성은 낮다”라며 “특히 반도체는 화물기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여객 화물에 실어 보내는데 비행편이 많은 인천공항으로 갈 확률이 높다. 화주사들 입장에서도 신공항 인근에 기반 시설과 배후 단지를 만들고 자리 잡는 과정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수요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경기국제공항이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교훈 회장은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국제공항의 경우 수원 군 공항 부지가 넓어 이전하고 나면 수조 원의 가치에 이르는 경제적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적극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휘영 교수는 “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에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이 운영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공항 유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철저히 거친 후 건설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더라도, 이후 운영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기도는 배후지 발전방안을 마련한 후 후보지 3곳 지자체와 인센티브 등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유치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경기국제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충분한 수요가 있겠다는 판단 하에 공항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향후 후보지인 3개의 시·군과 타운홀 미팅을 가진 후 후보지에서 유치 신청을 넣을 경우 국토부에 공항 건설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