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김은지 상대 역전 우승, 상대전적 18승7패 격차 벌려, 한달 만에 랭킹 1위 복귀 유력
[일요신문] ‘돌아온 여제(女帝)’ 최정 9단이 압도적인 관록으로 ‘신예 돌풍’ 김은지 9단의 도전을 또 한 번 물리치고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5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세대교체의 바람은 잠시 미뤄졌고, 한국 여자바둑은 여전히 최정의 시대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김은지 9단의 도전을 3년 연속 뿌리치고 5연패를 달성한 최정 9단이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이며 자신의 5연패를 자축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지난 5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3번기 최종 3국에서 최정 9단은 김은지 9단에게 26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최정 9단은 종합 전적 2승 1패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5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여자 기전에서 5년 연속 우승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결승전은 바둑계 안팎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5월 여자랭킹에서 김은지 9단이 1위로 올라서고, 10년 넘게 정상을 지켜온 최정 9단이 2위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펼쳐진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했지만, 최정 9단은 관록과 실력으로 이를 저지했다.
최정 9단에게 이번 대회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승자조 결승에서 김은지 9단에게 패하며 패자조로 밀려났으나, 특유의 뒷심으로 결승 무대에 다시 올랐다. 결승 1국마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어진 2국과 최종 3국을 내리 따내며 2023년,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 김은지 9단을 상대로 ‘1패 후 2연승’이라는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 패턴을 반복했다.
최종국에서 흑을 잡은 최정 9단은 초반 우상귀 전투에서 실리를 챙긴 뒤, 중반 우하귀 접전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K바둑 해설을 맡은 백홍석 9단은 “우하 방면에서 김은지 9단이 패를 기피하고 물러서는 사이, 최정 9단이 하변에 강력한 두터움을 형성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후 최정 9단은 단단한 반상 운영으로 김은지 9단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백 9단은 이어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을 때 판을 이끌어가는 최정 9단의 운영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며 “김은지 9단은 부분적인 형세 판단에서 보강이 필요해 보이며, 완전한 세대교체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이번 결승3번기를 평했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최정이 18승 7패로 우세하다. 최정은 여섯 차례의 타이틀전에서 5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우승 후 최정 9단은 “5연패인 줄 몰랐는데 알고 나니 더욱 뜻깊다”며 “지난해에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더 힘들게 올라온 것 같다. 김은지 선수와 시합하면서 제가 부족한 것이 뭔지 알고 성장하는 좋은 시간이 됐다. 많이 성장할 수 있던 시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언젠가는 김은지 선수가 여자 바둑계를 이끌어가겠지만, 저도 최대한 버텨서 다른 후배 기사들도 함께 성장하고, 세계대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반면, 3년 연속 결승에서 최정 9단에게 고배를 마신 김은지 9단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승자조 결승에서 최정 9단을 꺾고 결승에 선착했을 당시 “최정 사범님께 쌓인 게 없지는 않다. 이번에는 잘 두고 싶다”며 설욕 의지를 불태웠으나, 또다시 최정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기사는 대국 후 30여 분간 복기를 하며 치열했던 승부를 되돌아봤다.
이번 우승으로 최정 9단은 개인 통산 3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김은지 9단과의 상대 전적도 18승 7패로 격차를 더욱 벌렸다. 또한, 한 달 만에 여자랭킹 1위 복귀도 유력해졌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4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지는 피셔방식으로 진행됐다.
[승부처 돋보기]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결승3번기 최종국
흑 최정 9단 백 김은지 9단 267수 끝, 흑 불계승
장면도[장면도] 백, 천재일우의 기회
흑이 5집가량 유리한 국면. 인공지능 카타고는 흑의 승률을 88.7%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린 최정은 계산이 서지 않았는지 흑1로 깊숙이 쳐들어간다. 그러나 이 수는 명백한 무리수. A로 백 2점을 잡아두었으면 흑은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 백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정해도[정해도]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라는 바둑 격언대로 흑1에는 백2의 강력한 차단이 최강수. 이랬으면 쳐들어온 흑 한 점을 품에 넣으며 역전시킬 수 있었다. 흑3부터 움직여 봐도 백6까지면 흑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