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 이유 들어, 일각선 악화된 양국 관계 분석도…LG배 위상 하락 위기 속 이창호 유창혁 등 전설 출격

불참 이유로는 ‘소통 부재’를 내세웠다. 중국 측은 “지난 3개월간 특정 판정 논란에 대한 해명 및 재발 방지책 마련 등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한국기원과 소통을 시도했으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측의 책임 전가성 주장에 대해 국내외 바둑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갑조리그와 여자바둑리그가 용병 출전 규정을 갑자기 변경하며 사실상 한국 기사들의 참가를 막은 조치에 뒤이은 행보이기 때문이다.
#‘소통 부재’ 주장 설득력 있나
바둑계 관계자들은 전기 대회 변상일과 커제의 결승전에서 판정 시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30년 역사의 메이저 국제 기전을 보이콧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바둑계 원로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양측 간 이견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가 있다면 실무 채널이나 공식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순리지, 대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상호 존중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측의 주장은 스스로의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국위기협회는 이번 불참 결정이 LG배에만 국한되며, 삼성화재배와 농심배 등 한국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 기전 참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바둑 전문가들은 “만약 소통 부재와 판정 논란 해명이 불참의 진짜 이유라면, 왜 유독 LG배만을 문제 삼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소통 부재’라는 명분이 특정 대회를 압박하거나, 최근 악화된 양국 관계 등 다른 정치·외교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연이은 일방적 조치는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를 넘어, 수십 년간 한중일 3국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해 온 세계 바둑계 전체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이저 국제 기전은 그동안 각국 최정상 기사들이 실력을 겨루는 축제의 장이자, 세계 바둑 팬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한 바둑 전문기자는 “중국의 이번 처사는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특정 국가가 자국 불만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오랜 시간 쌓아온 국제 바둑계의 신뢰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며, 세계 바둑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중국갑조리그 참가 불가 통보로 신진서 9단 등 다수의 한국 정상급 기사들은 중요한 활동 무대와 수입원을 잃는 피해를 보고 있다. LG배 불참은 이러한 피해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 기사회 관계자는 “지금 원칙 없이 중국의 요구에 끌려가거나 섣부른 타협을 한다면, 앞으로 유사한 압박이 반복될 수 있다”며 “일시적인 불이익이 있더라도 세계 바둑의 질서와 원칙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G배 주최 측은 중국의 불참으로 LG배가 위상이 하락할 위기에 처하자 역대 우승자와 여자 기사들에게 문호를 넓혔다.
이번 대회에 초청된 역대 우승자는 한국 유창혁 9단(6회)과 이창호 9단(1·3·5·8회), 강동윤 9단(20회), 일본 왕리청 9단(2회), 장쉬 9단(9회), 대만 저우쥔쉰 9단(11회)이다. 역대 우승자 중 중국은 불참을 선언해 제외됐고, 한국의 신진서, 박정환, 신민준, 변상일 9단은 이미 시드를 받아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주최사 시드는 당초 1장이었지만, 중국의 불참으로 1장을 추가해 2명이 시드를 받았다. 주최 측은 여자 기사 중 유일하게 LG배 본선 자력 진출 경험이 있는 최정 9단을 시드로 선정했다. 또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의미를 담아 스미레 4단에게도 시드권을 부여했다. 스미레 4단은 일본 출신으로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한일 바둑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유경춘 객원기자